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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집 이사, 65인치 TV, 이솝 샴푸 구매, etc.

by 두재 2025. 8. 22.

최근 바쁘고 바쁜 대학원 말년차에 집을 이사하는 (즉 새롭게 계약하는) 큰 이벤트가 있었다.

솔직히 이렇게 바쁘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시기에 그런 계약이나 그런 것을 하는 게 맞냐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얼마 남지 않은 이 시간이라도 맘 편하고 행복하게 살면 되는 게 아닐까 싶어서 그냥 계약도 해버리고 사고 싶은 것도 다 사고 있다.

어째 대학교 때도, 졸업을 거의 앞두고 갑자기 47층짜리 롯데 캐슬 오피스텔에서 자취를 하게 된 이런 충동적인 성향이 약 5년이 지난 지금도 있는 것 같다. 아마 나라는 사람이 이런 사람인가 보다.

 

아무튼 집 이사도 했고, 셀프로 혼자서 했는데 진짜 죽는 줄 알았다. 거의 이틀 정도를 그냥 청소와 이사에 시간을 썼고, 그 이후로는 온몸이 굳어 걸을 수 없는 상태로 살았다. 앞으로는 이런 헛된 생각하지 말고, 사람을 쓰는 것이 맞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사에 돈도 많이 썼고, 침대나 TV나 여러 큰돈들이 나가면서 당근 나눔을 받아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TV 장만큼은 반드시 나눔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사를 거의 마무리 짓고 친구가 마무리 좀 도와준다고 내가 소고기를 사주러 가는 길에 정말 혹하는 분리되는 TV 장 을 발견했고, 바로 받겠다 했다. 그래서 저녁 먹고 저걸 받으러 갔는데, 진짜 혼자서 가져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고, 분리가 된다 해도 내 차에 진짜 기적처럼 들어갔다.

진짜 수학과 복전한 친구의 위상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가능한 단 한 가지의 정답을 찾아 어떻게 끼워 맞춰서 다행스럽게 내 차에 실을 수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하나의 정답이었다. 잘못하면 두 번 왔다 갔다 할 뻔했다. 아니면 친구가 택시 타고 오거나...


아무튼 저 TV 장을 나눔 받아 친구랑 열심히 이전 사람의 흔적을 지우고 방에 설치하고 술을 마셨고, 하필 바로 다음날 아침 9시에 TV 설치가 왔다. 다음 날 오는 건 참 시의적절하지만, 하필 술을 마신 다음날 아침 9시였을까.. 알람을 가볍게 무시하고 배송 기사님의 여러 차례의 문자와 통화로 일어나 반쯤 자는 상태로 설치를 지켜봤다. 

내가 연대를 다니면서 기억에 남는 말들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는 TV는 거거익선이다라는 말이다. 사실 이제 정확히 누가 말했는지도 모르겠는데, 뭔가 디스플레이 쪽 연구하시는 교수님이었다. 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화질 같은 거 신경 쓰지 말고 무조건 큰 거를 사라고 하셨다. 그래서 아 저 연구하시는 분이 저렇게 말하시는 거면 진리다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인 것 같다.

그래서 아파트도 아니고 거대한 국평 84제곱미터 집이 아니지만, 일단 65인치 TV를 구매했다. LG나 삼성 건 당연히 아니고, TCL이라는 중국 브랜드다. 근데 뭐 모르겠고, 일단 큰 거는 맞다. 

아무튼 스마트 티비도 내장이 되어있고, 화질도 뭐 충분히 좋았다. 매우 만족. TV를 너무 많이 보게 될까 봐 오히려 걱정이 됐다.


그러고 침대와 매트리스도 원래 있지만, 하나 더 샀다. 뭐 자세한 이유는 좀 길고, 아무튼 그냥 하나 더 샀다. 이케아에서 주문을 했는데, 신기하게도 1. 집으로 직접 배송하는 옵션과 2. 주유소로 배송해서 내가 가져오는 옵션이 있었다. 주유소를 약간 물류 허브처럼 쓰는 느낌이었다. 당연히 2번이 더 쌌고, 나는 2번을 골랐다. 뭐 매트리스 무겁다고 얼마나 무겁나... 무게는 28키로 정도 된다고 하는데, 뭐 들라면 들지.... 싶었고, 뭐 힘들었지만 큰 문제는 없었다. 지금까지의 일들에 비하면 사실 너무 허무한 수준이었다.

차에도 잘 들어가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내가 산 건 베스테뢰위라는 매트리스의 120 x 200cm 사이즈다. 이케아가 우리가 아는 싱글 슈퍼싱글 이런 규격과 다르다고 한다. 아마 슈퍼싱글이 110이고 더블이 140이고 퀸이 150인데, 슈퍼싱글보다 조금 크고 더블보다 작은 사이즈다.

사실 매트리스 프레임을 안 샀는데, 이게 나중에 보니 규격이 안 맞다 보니 오늘의 집에서 저 프레임을 맞는 것을 살 수가 없었다. 그래도 어떻게 잘 찾다 보니, 침대에 옆쪽으로 공간을 일부러 둔 형태의 프레임이 있었는데, 그게 마침 가로 길이가 120이라서 주문했고 잘 맞았다! 아마 싱글이나 슈퍼싱글 매트리스를 놓고 옆에 물건들을 놓을 수 있도록 한 거 같다.


또 이건 왜인지 모르겠는 그냥 뜬금없이 구입한 것이긴 한데, 그냥 샴푸가 떨어졌길래 이솝에서 샴푸를 구입했다. 500ml에 거의 7만원 정도를 하는데, 사실 내 돈으로 샴푸를 구입한 적이 없어서 가격에 대한 감이 잘 없었는데, 나중에 좀 물어보니 친구들이 쓰는 샴푸의 약 10~20배 정도의 가격을 가지고 있었다.

과연 이 비싼 샴푸는 돈 값을 하는가? 이제 구입하고 잽싸게 집에 와서 빠른 헬스 이후 샤워를 해보았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뭔가 향 자체가 약간 이솝 특유의 그 "자연"이라는 향이 나기는 하는데, 뭔가 향이 오래 가지도 않는 것 같고 그냥 뭐 그렇다. 사실 뭐 샴푸가 대단하다면 얼마나 대단할 수 있을까 싶다.

 


아무튼 이사도 하고, 지출도 참 많았는데, 지출을 전혀 생각을 안 하면 행복함만 가득한 것 같다.

요새 이렇게 노래 틀어놓고 할 것도 하고 뭐 시간을 보내는데, 행복했으니 합리적인 소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