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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박사 졸업 & 대학원 생활 후기

by 두재 2026. 1. 25.

박사 디펜스한지도 조금 시간이 지났지만 박사 졸업을 하게 되었다!

디펜스도 끝내고, 뉴립스 학회도 다녀오고, 여러 졸업을 위한 행정 절차를 마쳤고, 포닥을 위한 행정 절차를 또 진행 중이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많은 일들이 있었고 진행 중이다.

그간 (25년) 나름대로 졸업과 관련해서 이런저런 일들도 많았고, 마음에 여유도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또, GPT의 등장으로 블로그에 글을 써봐야 저 agent의 땔감으로밖에 안 쓰일 텐데 열심히 글을 쓰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이게 개인 블로그를 지향하면서도, 광고를 붙여 돈을 벌려는 심보 때문이다)


사실 뭐 생각이 정리되지도 않긴 했는데, 그냥 그래도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대전에서의 대학원 생활에 대해 글을 남겨보려고 한다. 쓰다 보니, 초반부가 좀 우울해 보이는데, 늘 삶이 그렇듯 현재인 결국엔 해피엔딩이다.

 

나는 대전에 딱 내려오자마자 코로나가 창궐하였고, 첫 대학원 생활을 사적 모임 금지와 함께 시작하였다.

또한, 나는 조기 졸업이었고 웬만한 친구들은 여전히 서울에 있었고, 대학 동기들이 원체 서울 사람들이라, 카이스트를 가는 친구들이 없었기에 꽤나 외로운 삶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이때는 어린? 마음과 연세대학교에서 자라온 초긍정적 마인드로 버틴 것 같다)

대학교 막학기 신축 주상복합에서 자취를 하던 나는 카이스트 미르관이라는 기숙사를 오게 되었고, 꽤나 어둡고 으스스하던 기억이 난다. 특히, 1인실의 좁은 면적과 창문에 설치되어 있는 창틀은 꽤나 충격을 줄만했고, 상당히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덕분에 나는 기숙사에는 수면을 위해서만 "방문"하고, 일상생활을 연구실에서 보낼 수 있었다.

그래도 나는 우울감에 지지는 않았고, 그래도 매우 열심히 살았다.

특히, 연세대학교에 원래 속해있던 연구실을 가지 않고, 아무튼 다른 길을 떠난 것이라, 뭔가 여기서 그래도 잘 되어야 하지 않나, 여기서 잘 못하면 좀 그럴 거 같다 라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눈뜨자마자 출근하고 퇴근하고 자고, 이를 주말에도 하는 인생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고, refresh 가 없는 이런 삶은 머리를 잘 돌아가지 않게 만들어 장기적으로 좋지 않은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렇다고 저 때를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하고, 저런 시절과 경험이 나에게 여러모로 굉장히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나는 그래도 인복이 매우 좋았다고 생각한다.

신생랩으로 진학을 했기에, 연구실 구성원도 매우 적었고, 교수님에 대한 정보도 적었다.

특히, 나는 연세대에서 진학을 하기에 카이스트 내부 소문? 수업? 이런 정보들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나름 정보를 알지 못하고 그냥 운명에 맡긴 것인데, 교수님과 몇 없는 연구실 구성원들은 모두 배울 점이 많았으며 친절했고, 열심히 일했다. 아마 그래서 나도 대학원 초 열심히 공부할 맛이 났던 것 같다.

(나는 물론 연세대학교를 더 좋아하지만,) 카이스트에 와서는 연세대학교에서 봤던 것보다 확실히 더 대단한(=실제 실적도 좋으며, 열심히도 일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동기부여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후 들어오는 대학원 신입생들, 개별연구생들 모두 실제 능력도 좋았고, 열의도 참 많았던 것 같다. 나름 같이 돌아다니면서 소소한 행복들도 있었던 것 같고. 앞서 기숙사나 이런 면에서 우울감을 내가 표했지만, 그와 별개로 정말 연구실 생활은 재밌고 행복했던 것 같다. 어떤 하나에 빠져 밤을 새워서 코드를 짜고 아침 학식을 먹었을 때도, 꽤 행복했다. 누가 밤을 새라고 시킨 것도 아니었고.


그러면서 이런저런 연구실적들이 나오게 되었다. 학회와 저널에 논문을 하나씩 내고, 그 당시에는 바로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다른 연구실들과 공동연구를 시작하고, 참여하게 되었다 (이들은 정말 추후 꽤 높은 저널에 실리게 된다). 감사하고 운이 좋게도 이런 저런 다양한 경험을 참 많이 시켜주신 것 같다. 

나름 만족스러운 시작이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코로나 때문에 프랑스에서 열려야 했던 학회를.. 노트북 속 가상공간에서 진행하긴 했지만 말이다.


 

큰 문제없이 순탄한 인생이었다.

그러면서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던, 그냥 단순히 해보고 학회 논문으로 마무리 지으려던 연구가 네이처 자매지에 실리는 이벤트가 있었다 (지금 점프가 좀 많이 되긴 했다). 네이처 자매지로 가기 위해 밤늦게까지 피곤하게 일하던 여러 노력들이 들어가긴 했지만, 정말로 연구실 친구와 이 연구는 과연 IF 5정도 되는 저널에서도 받아는 줄까? 하며 연구실 복도에서 누워서 대화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무튼 네이처 자매지가 하나가 나오고서는 상도 받고, talk 도 하고, 자세히 적기 어려운 정말 다양한 행복하고 뿌듯한 경험들을 많이 할 수 있었다. 분명 우리 연구실에 있어서도 상당한 긍정적 효과가 있었을 것 같다. 


대학원 초기에 들었던 생각이, 단단한 이론적 지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현재도 믿고 있지만, 아무튼간에 대학원생은 논문 실적이 있어야 된다. 당연히 논문이 다는 아니지만, 마음의 편안함과 자신감에 상당한 중요도를 가진다. 여기서, 대단한 논문 실적을 말하는 게 아니라, 그냥 형식을 갖춘 manuscript를 말하는 것이다. 솔직히, 1학년 때에는, 그냥 제출도 하기 전에 논문 docx 만 봐도 마음이 뿌듯해진다. 대단한 사람이 된 거 같고.

네이처 자매지는 분명 대단한 편안함과 뿌듯함을 주었다. 하지만, 네이처 자매지 하나 썼다고, 편안한 길이 보장된 것도 아니고, 누가 돈을 따박따박 주는 것도 아니고, 다행히도 내가 안주하지는 않은 것 같다.

중요한 건 조급함을 없앤 것이다. 내 대학원 초기에는 앞서 말했듯, 조급했다. 빨리 뭔가를 내야 할 것 같았고, 그냥 연세대학교 대학원을 간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뭔가를 보여줘야 할 것 같았고, 그래서 밤을 샜다. 결실 없이 그냥 실패한 건 아니었지만, 그 당시에도 든 생각이, 매일 잠시도 쉬지 않기보다, 적당히 머리를 비우고 잠도 잘 자면서 했다면 좀 더 효율적이고 소위, 삽질을 하지 않았을텐데.. 라는 생각이었다. 

덕분에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며 조금 더 행복한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후 또 네이처 자매지를 하나 더 쓰게 되는데, 이는 사실 연구가 initiate 되고부터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약 4년 정도가 걸리게 된 연구였다. 4년 동안 내가 붙들고 있었던 것은 아니고, 공동연구였는데, 중간의 약 1년은 나는 거의 보지 않고 있었다.

연구실 내 공동연구가 아닌, 외부 연구실과의 공동연구였는데, 이 또한 정말 뜻깊은 경험이 되었다. 완전 내쪽 분야가 아니라, 약간은 거리가 있는 연구실과 협업을 하는 것이었는데, 좋은 연구를 위해서 나와 그쪽 대학원생 모두 서로의 배경 지식을 이해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고생"을 하며 커뮤니케이션도 많이 하고, 직접 찾아가서 같이 코드를 짜보기도 하며, 꽤 시간을 많이 썼다. 그러면서 좀 친해지기도 한 것 같다. 약간 친구로서 막 밥 같이 먹으면서 그런 친해지는 느낌은 아닌데, 그래도 오랜 기간 같이 고생하면서, 또 좋은 결과물도 나왔고, 암튼 오묘한 느낌이 있다.

아무튼 이 연구 또한 좋게 참 행복하게 잘 마무리가 되었다.


이후는 이제 박사 졸업과 관련된 시기다.

전문연이 끝나가는 이슈도 있고, 슬슬 졸업에 대한 생각과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게 되었다.

이 박사 졸업 부분은 너무 최근이라 (약간 공소 시효가 지나기 전 느낌이라) 막 너무 세세하게 말하기는 그렇다. 이 말이 이해가 안 갈 수 있는데, 약간 나는 세세한 디테일을 하나하나 작성하기보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생각나는, 살짝은 미화된 그런 행복한 이야기가 좋다.

아무튼 박사 졸업을 하기 위해 프로포절 (다른 학교에서 예심이라 부르는 거 같기도 하고)이나 디펜스와 같은 단순한 행정 절차라고 볼 수 없는, 큼직한 이벤트들을 준비해야 한다.

나는 박사 졸업 주제가 저 두 건의 네이처 자매지가 아니고, 전혀 다른 주제였기에, 종종 보이는 그저 행복한 디펜스(논문 낸 거로 그냥 똑같이 하는)를 진행하는 사례는 아니었다. 

그래서 연구 결과들도 뽑기도 해야 하고, 아무튼 지금까지의 괜찮은 실적과 무관하게 새롭게 졸업을 준비하는 느낌이었다.

 

어찌저찌 졸업은 하게 되었고, 그 연구는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다 (저널에 내야 되니까). 어디로 가게 될지 정말 감이 잘 오지 않긴 하는데, 잘 됐으면 좋겠다. 아무튼 빨리 마무리 짓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현재는 뭐 먹고살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 우선은 국내에서 포닥을 하면서 자리를 찾거나 해외 포닥에 가는 방향으로 생각을 하고 있고, 이제 연구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사업들이나 펀딩 이런 것들에 대해서도 좀 더 본격적으로 알아보고 있다. 

지금부터는 완전 현재 고민이라 블로그에 작성하기 상당히 부담스럽게 되었다. 한 1년 후쯤에는 맘 편히 쓸 수 있을 것 같다.

 


 

이야기가 이렇게 끝나면 좀 심한 거 같지만, 원래 쓰려던 것도 대학원 생활 후기였으니까. 글을 끝내버리기 전 그래도 짧게 요약해 보면,

초기에는 그래도 정말 고생 많이 하고 잘 쉬지도 못했는데, 배운 것이나 느낀 것도 정말 많았고, 여러 인복과 행운이 겹쳐서 나름 좋은 성과들도 많이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솔직히, 정말 운이 크다고 느끼고, 지도교수님께서 다양한 기회를 많이 주신 것 같다 (이 또한 운). 사실 뭐 저 고생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부정적 의미로 쓰는 건 아니고 진짜 노력 많이 했다는 것인데, 그 짜릿함이 있다. 좀 이상해보일 수 있는데, 거의 새벽까지 일하고 불 끄고 퇴근하고 집에 가는 그 차가운 공기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뿌듯함과 행복이 느껴진다 ㅋㅋ. 아무튼, 벌써 6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이렇게나 지났나 싶기는 한데, 이곳에서도 결국 행복하게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