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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생활

카이스트에 와서 바뀐 점 (+코로나)

by 두재 2020. 12. 20.

카이스트 대학원에 온지 1년이 지났습니다. 정말 많은 것이 바뀐 것 같습니다. 가치관, 꿈, 취미 등등... 대전에 옴과 동시에 코로나도 시작되어서 사실 카이스트 뿐 아니라 코로나로 인해 바뀐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글을 읽으실 때 추가적인 정보로는 학부는 연세대학교에서 나왔습니다.

  1. 학문적으로 많이 배웠고 더 큰 꿈을 꾸게 되었다.
  2. 굉장히 건전한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러나 더 인생이 활기찬지는 모르겠다.

 

1. 학문적 성취와 더 확고하고 자세해진 꿈

카이스트에서 현재 두 학기동안 수업을 들었는데 연세대 대학원 수업을 들어보지 않았지만 연세대 대학원 수업보다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세대를 까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저는 연세대가 더 좋습니다.) 제 동기들도 모두 연세대 대학원에 진학하여 수업을 듣고 있고 대충 수업이 어떤 것이 있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카이스트가 연세대보다 더 낫다는 것보다는 제가 카이스트 수업에 현재 만족하고 있는 이유를 알려드리겠습니다.

  1. 학생들이 모두 열심히 하고, 대학원 수업이 학점을 더 잘 주지만 신경을 안 쓰면 절대로 안됩니다.
  2. 대단한 교수님들이 많습니다.
  3. 수업이 재밌는 게 많습니다. 물론 전전 수업은 별로 재미없습니다 ㅠ AI대학원 수업이 재밌는데 서울로 이전한다는 말이 있네요..

카이스트에 처음 와서 전산과의 Computer Vision 수업 첫 과제 평균을 알았을 때 약간 충격이었던 것은,

아마 70점 중에 40점이 필수 점수고 나머지 30점이 추가 점수였나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저는 추가 문제를 한 1개였나 2개를 풀었었는데, 저 때 평균이 아마 66점이었나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저 결과를 보고 약간 놀라서 그 이후부터는 보너스 점수도 그냥 문제처럼 다 풀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번 학기 수업도 황성O 교수님의 수업을 듣고 있는데, 이 교수님도 정말 대단하신 분입니다. AI분야 탑티어 학회 중에 하나인 NeurIPS에 9편을 내시며 세계 탑 저자 공동 2위를 하셨다고 합니다. 더 신기한 건 저 공동 2위 6분에 카이스트 AI대학원 교수님이 두 분 계시네요. AI 대학원 경쟁이 매우 빡셀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두 학기 모두 재밌게 수업을 듣고 있는데.. 사실 배울 때는 재미 없어도 나중에는 써먹을 일이 있더라고요. 어떤 블로그에서 봤던 글인데, "박사 때의 연구 실적은 석사 때 얼마나 수업을 열심히 들었는지에 따라 갈린다"라는 말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든 적이 있습니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박사 때 내가 아이디어를 내고 연구를 진행하려면 그 아이디어는 결국 아는 것이 있어야 나온다는 것이지요. 제가 이번에 수업을 들으며 작은 연구를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했었는데, 그 때에도 결국 기존 논문을 열심히 찾아봐야 했습니다. 어떤 것을 생각하려해도 그게 있는지, 비슷하게는 어떻게 하는지, Novelty나 의미가 있는지 등을 알아야 되니까요.

그리고 지금 저의 연구를 진행하는 것에서도 1학기 때 배운 선형대수가 또 쓰이고 있습니다. 사실 대학교 때에도 선형대수는 정말 싫었었는데요, 결국 만나게 되었고 지금은 행렬과 잘 놀고 있습니다. 학부 교수님들이 항상 선형대수는 알아야 한다 라고 매번 말씀하셔도 안 들었고 선형대수를 안 쓰는 쪽으로 가고 싶었었는데 역시 또 다시 인생의 진리를 한 번 맞이하게 되네요. 이 글을 읽으시는 분 들중에 저의 학부 시절과 같은 상황에 계시다면 한 번쯤은 교수님들의 말을 믿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학문적 성취나 꿈 얘기를 해보자면 카이스트에 와서 저에 대해 기대하는 것이 더 커진 것 같습니다. 정말 좋은 저널에도 내보고 싶고, 새로운 꿈도 생겼습니다. 우선 저는 계속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고자하는 꿈은 계속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저의 CV를 엄청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최근에 창업에 조금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지식이 필요할 것 같아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박사과정 끝나고 미국의 Neuralink(뉴럴링크)에서 일해보고 싶습니다. 

 

2. 굉장히 건전한 삶, 활기찬가?

카이스트에 와서 취미나 생각이 매우 건전해졌습니다. 학교를 다닐 때는 술도 좋아하고 맨날 놀기만 좋아했는데 여기서는 술 마실 생각도 별로 없고 사람도 별로 없더라고요. 코로나 때문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최근에는 코로나 감염자 수가 많이 나와서 정말 답답하고 짜증나더라고요. 대학원에 와서 건전해졌다는 건 무엇이냐 하면.

  •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방에 혼자 있기도 하고 자기 계발에 대한 욕구가 정말 많아진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이제 유튜브 같은 곳에서 몸 좋은 사람들을 보면 "나도 운동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산책, 독서를 하고 차를 마시는 것을 시도해본다. 정말 건전한 취미의 대표격인 독서와 차인데 한번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대학교 때 여자친구의 추천으로 책 여러 권 샀었는데 이번 년에 읽었습니다.
  • 블로그도 간간히 하고 있습니다. 생각을 정리하기도 좋고 나름 재미있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건전한 삶이 좋은 것 같긴 합니다. 최근에 자기 계발에 대한 욕구가 굉장히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가끔 연세대를 다닐 때의 활기참과 친구들이 보고 싶긴 합니다. 그래서 일단 일단 박사는 끝내고 바뀐 전문연 2+1 제도에서 1을 서울쪽 연구기관에서 하고 싶긴 합니다. 카이스트에 와서 정말 가치관이 바뀐 것은, 대학교 다닐 때는 일주일 동안 매일 어딜 가거나 하루는 EDM 페스티벌, 다음 날은 에버랜드, 캐리비안 베이, 다음 날은 공항, 다음 날은 외국 이런 식으로 정말로 열심히 놀았고 그게 좋았다면 요새는 체력이 딸려서인지 그렇게 놀지도 못하겠고...ㅋㅋㅋㅋㅋ 뭔가 그렇게 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술 잘 마시지도 못하면서 매번 술자리 약속에 나갔는데 이제는 내가 사람들을 만나고 싶을 때,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는게 좋았지 대학생 때의 놀았던 경험이 과연 부질있었던 것인가? 라는 생각도 합니다. 참 뭐가 되었든 혼자 생각을 많이 하게 되니까 여러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대학생 때의 친구관계라던지, 아니면 앞으로의 인간관계나 나의 성격, 가치관 등이 어땠고 지금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요.

 

지금 기숙사로는 사실 카이스트 나들관을 살고 있는데, 나들 여울관이 신신신축, 삼신축이라고 해서 가장 최근에 지어진 대학원 기숙사입니다. 1학기 때는 미르관을 썼었는데, 여긴 학부생 대학원 같이 있는 곳이고요. 사실은... 미르관을 쓸 때 안 좋았던 것은 너무 으스스하고 분위기가 어둡더라고요. 1인실 썼었는데 방도 정말 정말 좁아서 약간 갇혀있다는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지금은 나들관인데 여기는 그래도 그나마 좀 밝습니다. 사람들의 분위기도 미르관보다는 더 좋은 것 같아요. (미르관 사시는 분들 죄송해요) 개인적인 의견이예요 정말로. 아마 코로나가 확 터질 때 미르관을 살았던 것이라 사람들도 많이 없었던 것도 이유로 작용한 것 같기도 합니다.

 

뭐 제가 이제 정말 건전한 삶을 살고 있고 지식도 정말 많아진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카이스트의 고립된 특징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인생이 재밌고 활기차냐? 라는 질문에 있어서 연구에 있어서 재밌고 활기차긴 한데 서울의 활기참과는 전혀 다릅니다. 물론 그런 것을 포기하고 카이스트에 진학하는 것이 맞긴 한데, 언젠가는 다시 서울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없어지지를 않네요.

 

이 글을 두 번에 걸쳐서 작성했는데, 뭔가 이번에도 용두사미의 느낌이 없지 않아 있네요. 그래도 이런 글이 또 쓸모가 있을거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