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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전시

대학원생 교양 쌓기 - <추락의 해부>, <괴물> 후기

by 두재 2024. 2. 1.

고레에다 히노카즈 감독의 <괴물>이라는 영화와,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라는 영화를 봤다 (휴가쓰고 ㅋㅋㅋ).

추락의 해부는 개봉일 1/31일날 어제 봤고, 괴물이라는 영화는 거의 내려갈 때쯤 친구가 꼭 보라고 해서 봤다 (사실 있는지도 몰랐다.)

 

추락의 해부는 우선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탔기도 하고, 영화 포스터의 느낌이 내가 너무나 좋아했던 헤어질 결심과 비슷한 것 같아서 꼭 보겠다고 기대하고 있었다. 다만 우리나라 자체에서 상영관 자체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웡카라는 영화와 개봉일도 같았고… (원래 이 날 휴가여서 웡카도 오전에 보고 밤에 추락의 해부 보려고 했는데, 연구실 일이 생겨서 웡카는 취소했다 ㅠㅠ)

괴물의 경우는 사실 난 있는지도 잘 몰랐고, 포스터가 너무 옛날 느낌이라서 저게 뭔가.. 하고 그냥 넘어갔던 것 같다 그런데 친구가 꼭 보라고 추천해서 보게 되었다. 최근 이슈가 되었던 류이치 사카모토 작곡가가 영화 음악을 담당했다고 하였다.

(왼쪽) 추락의 해부 (오른쪽) 괴물 - Music by 류이치 사카모토

 

두 영화 모두 주로 내가 가는 대전 신세계 메가박스에서는 하지 않아서, 대전 탄방동 로데오타운? 이라는 건물 메가박스에서 괴물을 보고 중구에 있는 세이백화점의 CGV에서 추락의 해부를 보았다. 늦은 시간에 가서 그럴 수도 있지만, 정말 사람도 없고 뭔가 시골 느낌이 확 와버렸다... 참 오묘한 감정이었다.

(왼쪽) 탄방동 메가박스 (오른쪽) 세이백화점 CGV

괴물은 일본어, 추락의 해부는 종종 영어가 나오지만 프랑스어가 메인인 영화였다.

두 영화 모두, 상업성이 매우 적은 예술영화이다.


솔직히 말하면, 두 영화 모두 뭔가 쉽게 이해는 가지 않었다.

우선 내가 은근히 이런 영화들을 매우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임에도, 둘 다 보고 났을때 또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뭔가 추천하기는 좀 그랬다. 

이게 시상식에서 좋은 상들을 받은 영화가 일반인들에게도 잘 먹히는 경우가 드물긴 해서 놀랄 일은 아니긴 한데,

뭐 지금 생각해보면 너도 진또배기 예술영화들은 그리 잘 본 것 같지는 않다. 상을 받으면서 재미있게 여러 번 본 영화는 <기생충>, <헤어질 결심>,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아가씨>, … 근데 뭐 다 흔한 픽이긴 한 것 같다. 일단 <박쥐>도 그렇고 난 박찬욱 영화 스타일이 좋은 것 같긴 하다.

그리고 넷플릭스에도 있는데, 아카데미상 다큐멘터리 부문 시상을 받은 <나의 문어 선생님> 이건 재밌다 ㅋㅋㅋ

보니까 괴물의 감독인 고레와다 히노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이라는 작품도 칸에사 황금종려상을 탔었고, 기생충 바로 전년도에 탔다.

보면서 좀 이게 재밌나.. 싶은 미적지근 한 건 <원스 어 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과 최근에 본 <괴물>, <추락의 해부>가 있는 것 같다.

<원스 어 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기생충이랑 같이 황금종려상에서 경쟁했던 영화고,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이다. 뭐 적당히 볼만은 했고, 사실 배우들이 어마무시한 사람들이 나오는데, 뭔가 미국인이고 그 문화를 좀 잘 알면 재밌게 볼 수 있었지 않을까 싶었다.


아무튼 돌아와서, 두 영화를 보고나서 좀 평을 좀 더 말해보자.

보고나서 사실 막 엄청 대단하다는 느낌은 없었기에, 어떤 점들이 이 두 영화를 특별하다고 해주는지에 대해 생각을 좀 해봤다.

크게 두 가지인 것 같다.

  1. 관객에게 여운을 남기고 어떤 (고결한) 메시지를 전달하는가?
  2. 영화 자체의 완성도

 

1. 여운과 메시지 전달

스포를 하기는 그러니 잘 말하진 않겠지만, 둘 다 보고 났을 때 음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일단 들었다. 영화 자체가 그냥 뻔하지 않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벤저스>가 정말 재밌지만, 왜 영화제에서는 상을 타지 못하는가? 물론 내 생각에 영화제와 배우 사회가 히어로물에 대해 저급하게 생각하고 본인들이 고급스럽게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 주관이다, 근데 빡센 정장의 복장 규정 생각하면 맞을수도) 뭔가 권선징악과 같이 뻔한 스토리면 안 되는 것 같다. 약간 지금 내가 생각했을 때 이 영화가 대충 어떻게 흘러가겠구나 생각이 일단 안 되는 영화들이 상을 타는 것 같다.

또, 영화를 통해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는 것 같다. 단순히 재미있고 웃음을 주는 영화들이 아니다. 찝찝할수도 있지만 관객들이 이 영화를 통해 그 주제에 대하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 같다.

내가 아마 이해를 못해서 그런 것일 수 있는데, 일단 여운이 오래 가긴 한다 ㅋㅋㅋ 영화가 끝나고 좀처럼 쉽게 일어날 수 없었다 (물론 이번에는 “뭐야 이렇게 끝나? 이게 뭔소리지” 생각을 하며 못 일어나긴 했다.)


2. 영화 자체의 완성도

음악, 배우의 연기도 훌륭하고, 대본도 매우 몰입감있게 잘 되어 있다. 특히나,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촬영 기법이 매우 잘 사용된 것 같다.

<괴물>의 경우는 색감이 매우 예쁘고 일본 영화 특유의 감성이 있기도 하고 영화 자체가 매우 몰입감 있게 흘러갔었다. 매우 희망찬 색감과 노래 뒤에서 실상은 찝찝하게 남겨놓은 것 같은 느낌..

<추락의 해부>의 경우는 촬영 기법이 매우 잘 사용되었다. <헤어질 결심>에서 내가 촬영 기법이 너무나 재미있고 마음에 들었었던 후로 촬영 기법에 집착하고 있는데, <추락의 해부>에서도 강아지의 시선으로도 보여주고, 사고를 다루는 과정과 법정에서의 상황이 전환되는 과정이 매우 재미있게 이루어졌다

 


마무리

내가 꿈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또 그 중 하나가 영화감독이다 (물론 어마무시하게 진심은 아니긴 하다).

이게 유명 영화감독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우선 뭐라도 찍어보라는 말이 있는데, 그것도 실천하고 있지는 않긴 해서 좀 문제긴 한데...

또, 봉준호 감독의 얘기를 들어보면 영화 자체를 엄청나게 많이 봤다고 하기도 한다.

 

나도 그래도 내 주변에서, 그리고 공대 중에서는 영화를 꽤 열심히 보고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좀 더 스펙트럼을 넓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다보면 그래도 더 이해를 할 수 있는 영역이 넓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래도 좀 알고 지내는 디자이너 형이랑 예전에 술을 먹으면서 얘기해봤던 것이긴 한데.. 내가 <헤어질 결심>을 너무 감명깊게 봐서 꼭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말하니, 그건 자기가 알파고를 보고 AI 개발자가 되겠다고 말한 것과 동일하다고 했다 ㅋㅋ... 맞는 말이긴 한데, 그래도 언젠가는 영화와 조금이라도 연관된 곳에 있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