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원에 입학함과 함께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전 세계를 휩쓸었고, 벌써 내 대학원생활과 함께 3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내가 방 안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서울도 왔다 갔다 하고 꽤나 조심성 없게 돌아다녔다고 생각했는데, 단 한 번도 걸리지를 않았다. 오죽하면, 원래 "나는 안 걸리는 사람인가 봐"라는 말을 하면 이제 바로 걸리는데, 나는 그런 말을 몇 달간 하면서도 안 걸렸다.
근데 이번주 월요일에 걸렸다. 난 뭐 몸이 안 좋길래, 당연히 코로나는 끝난 줄 알았고 독감이겠거니 싶었는데, 독감이 음성이고 코로나가 양성이랜다. 아침부터 슬슬 몸이 안 좋고 약간 열감이 있길래 학교 파팔라도 병원 가서 목이 아프다고 약 좀 달라고 하려 했는데, 열을 재보니 38도가 넘는다고 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뭔가 아파졌다.
아무튼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고, 이건 진짜 도저히 랩에 출근을 할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바로 전문연을 담당해 주시는 분께 병가 관련해서 여쭤보고, 병가를 사용했다. 지금 국가에서 사실 코로나 자가격리가 의무도 아니긴 한데, 5일간 자가 격리 권고라서 5일간 병가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주 금요일 오늘까지 병가를 사용하고 집에 있었다.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코로나 증상 오마카세를 제대로 즐기고 있는 중이다. 코스로 하나하나씩 나오는데, 메인 디쉬들을 조금 소개해보려 한다.
1. 걸려보니 진짜 죽을 것 같은 병이다. 첫날 병원가서 38.5도까지 기록하고, 집에서 누워있으면서 죽는 줄 알았다. 몸이 너무 뜨겁고, 특히 머리가 엄청 뜨거웠는데, 아무리 냉장고에서 찬 페트병을 꺼내와서 머리에 대고 있어도 열이 안 내렸다.
그 와중에, 이렇게 열이 심해서 뇌세포가 죽으면 어떡하지, 나 멍청해지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최대한 열정적으로 머리에 찬물을 대고 있었다. 그리고 원래, 이런 시련을 겪다가 히어로물을 보다 보면 영웅이나 악당이 되던데, 이 극심한 발열 이후에 초인적인 힘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약간 기대하기도 했었다.
2. 사실 발열은 이틀 정도까지 이루어졌고, 그 이후는 목 통증이었다.
열에 정신이 팔렸던 건지, 목이 너무 부은 것 같고 따갑게 느껴져서 침조차 삼킬 수가 없었다. 발열 때와 마찬가지로 새벽에도 그냥 잠에서 깼는데, 너무 아파서 그냥 정신을 차리면서 깼다. 도저히 너무 아파서 그날 또 이비인후과 오픈런을 했다. 오히려 오픈런을 하니까 더 기다리는 것 같았다.
뭐 어느정도 예상은 했는데, 살이 다 벗겨진 것처럼 그냥 목이 다 벗겨져있는 것이라고 했고, 진통제 먹고 버티는 거 말고는 특별히 뭐 없다고 했다. 스테로이드를 조금 처방받을 수도 있는데, 이미 처방받은 상태였다고 한다. 뭐, 그냥 가기는 아쉬우니 진통 효과가 있는 주사가 있다고 해서 맞았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 그냥 타이레놀을 먹으라고 하더라.
아 참고로, 주변에서 과일 주스가 좋다고 해서 첫날 사놓은 오렌지 주스를 이 날 아침 마셨는데, 기절하는 줄 알았다. 와 진짜, 내가 음식 남기는 걸 싫어해서 그걸 또 꼬박꼬박 먹었는데, 오렌지가 상큼하니 톡 쏘더라.
아무튼 그래서 처방받은 진통소염제 먹고도 도저히 고통을 참을 수가 없어서 타이레놀을 먹었는데, 기가 막히게도 아픈 게 사라졌다. 나는 원래도 병이 잘 없어서 약도 안 먹어본 사람이라 타이레놀을 거의 처음 먹어본 것 같은데, 타이레놀 정말 물건이었다.
3. 아무튼 이제는 슬슬 목 통증이 조금씩 가라앉긴 한 거 같은데, 이제 기침이라는 놈이 생겼다. 거의 3분당 한 번씩 기침을 하는데, 굉장히 거슬린다. 가끔씩 큰기침들이 나오면서 아플 수준까지 나오는데, 웬만하면 그냥 마른기침인 것 같다. 찾아보니까, 코로나가 끝나고 나더라도 기침 후유증이 좀 있을 수 있다고 하는데, 너무 거슬린다. 이게 기침이 있어도 전파는 안 된다고 하는데, 랩실에 가서 기침을 하고 있으면 꽤나 눈치가 보일 것 같기 때문이다.
근데 이게 또, 계속 기침을 하고 있는데 랩실을 나가야하냐? 라는 질문이 들어올 수 있다. 사실 기침하는 사람이 랩실에 오는 건 다른 사람 입장에서도 별로 달갑지 않은 사람이다. 그러나, 전문연구요원 시스템에서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병가 처리를 안 해준다. 그러면 내가 랩실을 안 나가려면 휴가를 사용해야 하는데, 뭔가 좀 그렇다. 뭐 연차를 사용한다고 해서 내가 놀러 가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재택근무한다고 연차를 쓸 수는 없는 일이고... 지금 몇몇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서 연차를 사용할 일이 좀 있기 때문에 연차들이 꽤나 소중하다.
아무튼, 근육통은 쎄지는 않았는데 차라리 근육통이 좀 오고 목이 안 아팠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이게 튀김같이 바삭한 거나 조금이라도 자극적인 거를 못 먹으니까 너무 힘들다. 어제 맵다는 사실을 까먹고 매콤한 리소토를 시켰는데 (안 빨간데 매움) 진짜 먹고 포카리스웨트 한 모금하고 하면서 결국 완주했다. 이번 코로나 동안 포카리 스웨트만 3L 마셨네 벌써. 그리고, 집에서 사육당하니까 윤기는 잘 흐르는데, 근손실도 느껴지고 살이 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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