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일부터 9일 동안 이틀간 진행한 삼성 AI 포럼에 참석했다. 2021년에도 봤었는데, 그때는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으로 참석했다가 이번에는 대면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11/8일은 삼성전자 DS에 소속된 종합기술원에서 주관하고 11/9일 Day 2는 삼성 리서치라는, DX부문에 속한 곳에서 진행했다. Day 1은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했고 Day 2는 삼성 리서치가 있는 양재 R&D 센터에서 진행되었다. 여쭤보니 행사가 진행된 곳은 실제 연구를 하는 건물은 아니었고, 디자이너들이 쓰는 건물이라고 하셨다.
두 날 주최한 곳이 다른데, 같은 삼성에서 했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아예 느낌이 달랐다.
Day 1 (삼성 종합기술원 주최, 인터컨티넨탈 코엑스)
그렇게 큰 기대 안 했다가 행사 규모에 깜짝 놀랐다. 역시 삼성은 삼성인가 싶다.
행사가 9시 반부터였는데, 나는 전날에 삼성동에 에어비앤비로 2박으로 잡아놔서 9시 정도에 도착했다. 그때도 사람들이 좀 있었고, 나중에 와서 보니 9시 반쯤에는 줄이 너무 길어 등록하기가 힘들어 보였다.
그렇게 등록을 하면 라미 볼펜도 주고 (색깔은 랜덤이었다)
등록을 하는 뒤쪽에서는 커피나 빵들이 있고 몇몇 연구에 대한 포스터들이 있었다. 서울대, 카이스트, 그리고 고등과학원 등의 곳에서 CVPR이나 Neurips에 낸 논문들이 있었는데, 사실 무슨 이유로 오게 된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탑 컨퍼런스에 낸 것이기도 하고 삼성과 미세한 연이 있었지 않았을까..
그걸 둘러보고 그랜드볼룸 안에 들어가면 정말 큰 공간이 나온다.
적당한 자리에 앉아서 보았고 행사를 진행해주시는 분도 말투나 영어나 예사롭지 않았다. 엄청 행사를 잘 진행하시는 것 같다.
사실 이 첫날의 꽃은 요슈와 벤지오가 아닐까 싶었다. 딥러닝과 함께 튜링상을 받은, 현시대의 아인슈타인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 분이 사실 Samsung professor라는 직책을 가지고 계시다. 미국에는 교수라는 직책 앞에 무슨 무슨 Professor라고 붙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한 가지 칭호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삼성과 꾸준한 연을 가지고 매년 이렇게 강연에 오시는 것 같다.
딥러닝을 조금 공부했다고 볼 수 있는 나에게도 벤지오 교수님의 강연은 쉽지는 않았다. 아무튼 전반적으로는 베이지안 뉴럴 네트워크에 대한 내용이었고, 정말 인상 깊었던 말이 "우리는 이제 베이지안을 연구할 때가 된 것 같다"라는 말이었다.
이 사람이 말하는 대로 이 세상의 연구자들의 연구 방향이 바뀔 수 있을 것 같고, 그것이 정말 가슴이 웅장 해지는 그런 것이었다.
또 베이지안 뉴럴 네트워크에 대한 미약한 지식을 알고 있었던 나에게, 우리가 기존에 하던 연구는 수많은 비슷한 정답을 가질 수 있는 여러 모델 중 한 개를 랜덤하게 찾는 것이었고, 베이지안 방법은 가능한 수많은 mode 들을 계속 트래킹을 하면서 학습을 한다는 것이었다. 베이지안이 뭘 하는지 그 자체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들으니 베이지안의 필요성이 확 와닿았다.
점심은 호텔에서 제공하는 도시락 같았는데, 웅장해졌다.
전복, 관자, 새우, 장어, 마카롱 등 너무나 배고팠고 너무나 맛있는 음식이 나와서 싹싹 비워 먹었다. 그 이후 강연들은 사실 시스템이나, 반도체 공정 쪽이라 조금 재미가 없었다...
그리고 이런 기회가 많지 않다 보니, 또 삼성도 사실 이것을 원했겠지만, 채용 부스로 가서 얘기를 좀 해봤다.
자세하게 얘기를 하기는 그렇고, 나와 얘기를 나누신 분도 카이스트 나오시고 내가 연구하는 분야랑 비슷한 것을 하셨어서 재미있게 얘기할 수 있었다. 엄청 재미있었고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시 정보를 얻는 데는 일주일 인터넷 찾는 것보다 30분 대화하는 게 나은 것 같다.
Day 2 (삼성 리서치, 양재 삼성 R&D센터)
둘째 날은 양재에서 진행되었고 삼성 리서치라는 회사가 주최했다.
이곳도 규모가 작지 않지만, 전날의 코엑스에 비하면 조금은... 작기는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삼성 리서치는 또 삼성 리서치만의 특색이 있었다. 삼성 리서치에서 개발한 실시간 통역 프로그램이 저 스크린 아래에 직접 띄워져서 강연을 실시간으로 번역해주었다. 사실은.. 번역이 계속 뜨는 게 오히려 거슬리기는 했었는데, 아무튼 회사에서 만든 기술을 이렇게 시연하는 것이 멋있었다.
삼성 리서치도 종합기술원과 비슷하게 연구를 진행하고 좀 더 여쭤보니까 종합기술원은 DS 소속으로 그쪽 분야와 긴밀히 연구를 한다면, 삼성 리서치는 DX 쪽에서 이루어지는 연구를 많이 한다고 하셨다. 나는 약간 이름만 듣고서 구글 브레인이나, 페이스북 리서치와 같은 이미지를 상상했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분위기만 보면 거의 스타트업인데, 삼성 소속이고, 그리고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100% 자유로운 연구가 진행될 수는 없는 것 같다.
확실히 회사 소속이라는 것이 나만의 자유로운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어려운 것 같다. 여기서 좀 짚고 넘어가자면,
당연히, 회사는 개인의 자유로운 연구를 진행하게 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회사는 돈을 위해 움직이는데, 개인의 자유로운 연구는 웬만하면 돈이 안된다. 사실 이것이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생각이며, 좀 전에 내가 말한 나만의 연구라는 것을 비웃을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꼭 돈이 되지 않는 연구가 있어서 안 될 것은 아니다. 최근 구글 리서치, 아마존 리서치, 페이스북 리서치 등에서 수억을 줘가며 인재를 뽑아서 코드 짜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연구를 하라고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선 회사의 명성이 올라간다! 이것이 돈이 안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고 더 많은 뛰어난 인재들이 들어올 수 있는 가능성과 이유가 된다면, 단순히 논문 쓰고 학회에서 발표하는 것이 결코 의미가 없지 않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서는 이렇지 않을까?! 우선 돈이 없다. 미국에서도 아무 회사나 저러지 않는다. 돈이 엄청나게 많아서 어느 정도 그냥 투자를 할 정도가 되는 회사들이 저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결론은, 삼성 리서치도 100퍼센트 자유롭지는 않은 것 같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강연 얘기를 해보자면, 우선 삼성 리서치의 소장과 부사장? (Executive Vice President)인 Sebastian Seung (승현준)과 Daniel Lee라는 분이 참석하셨다. 중요한 건, 내가 연구하는 분야에 이 두 분이 모두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 두 분을 실제로 보는 것은 정말 엄청난 것이다 (딱 두 분이서 같이 쓰신 네이처 본지 논문이 있다)! 두 분 다 프린스턴과 코넬에서 교수를 하시면서 현재 삼성에서도 일을 하고 계시다.
여러 강연들이 잇었는데, GPT-3 관련한 얘기가 두 번이나 있었다. 이제 대세는 NLP인 것인가... 또 작년에 네이버에서 했던 포럼도 그렇고 최근에 기업들이 자꾸만 Large model을 만들고 있는데 약간 자기네들끼리만 싸우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웬만한 연구소나 학교에서는 도저히 시도도 못할 일들은 이제 회사에서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 AI라는 것은 정말 기존에 우리가 생각하던 사회 흐름을 다 뒤바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현준 소장, 교수님의 강연은 Unsupervised representation learning과 관련된 얘기였다. 역시나 이 뉴로사이언스와 머신 러닝을 모두 아우르는 전문가로서 강연을 정말 재미있으면서도 전문적으로 하셨다. 전반적으로 이 삼성 리서치의 연사님들의 발표 실력이 정말 대단했다. 한국인(미국에 사시는 분 말고)이 많이 없어서 그런가....
처음은 이제 머신 러닝 이런 거 다 빼고, 그냥 뇌가 어떻게 학습을 하는가..로 시작을 하며 뉴로사이언스에 있는 헤비안 러닝을 얘기해주셨다. 내가 알기로 헵 러닝은 뉴런들끼리 서로 신호를 주고받기 시작하면 점점 그 두 뉴런 사이의 커넥션이 점점 강화되고.. 뭐 그런 것인데, 현재 우리가 뇌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낸 Artificial Neural Network는 사실 이 헤비안 러닝을 사용하지 않는다. 다들 알겠지만 backpropagation을 사용하는데, 우리의 뇌 속에서, 이 헤비안 러닝에서는 이 백프롭이 없다. 그래서 두 학파로 나뉜다고 한다. 뇌에서도 백프롭이 있는지도 모른다 와 백프롭이 그냥 더 대단한 거다, 이렇게 둘로 말이다. 사실 승현준 님도 잘 모른다고 하셨다. 그렇게 해서 이제 unsupervised learning에 대한 얘기를 점점 하시면서, 이 헤비안 러닝을 우리 뉴럴 네트워크 쪽으로 연결을 지은 Stacked hebbian learning이라는 연구 주제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이것은 한 번 좀 찾아볼 만한 것 같다.
그 외에도 패널 디스커션이 중간중간 있었다. 이제 다니엘 리와 강연을 하셨던 연사님들이 모여 서로 얘기를 해보는 시간인데, 나는 강연도 강연인데, 이 패널 디스커션이 또 재미있었다. 특히 다들 영어가 너무 좋으셔서 쉽게 알아들을 수도 있었고 빠져들게 되었다. 또 (아마 준비한 것일 수도 있지만) 미리 준비를 잘할 수 있는 강연보다 서로 질의응답을 하며 얘기하면 좀 더 본인의 생각이 더 드러날 수 있을 것 같았고, 아무튼 재미있게 들었다.
아 점심과 기념품은 이런 게 있었다.
전날에 너무 호화스러운 것을 먹어서 좀 비교가 될 수도 있지만, 삼성 웰스토리의 김밥이었다. 약간 실망할 수도 있었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고 먹었다. 근데, 무지하게 맛있었다. 그리고 정말 유용한 에코백이랑 텀블러랑 볼펜이랑 티셔츠를 받았다. 저 볼펜은 채용팀이랑 같이 얘기하면 받을 수 있었고 티셔츠는 이제 연구를 소개하고 시연하는 부스를 모두 돌아서 도장 모아 오면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마지막 티셔츠 받아서 박수도 받았는데, 키 184에 해당하는 티셔츠여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이곳에서의 시간이 너무 좋고 재미있어서 정말 행사의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 앉아 있었다. 회사 사람들끼리 분위기도 정말 좋아 보이고 행사도 너무 재미있었다. 전날이 고급스러우면서도 조금 딱딱했다면, 이곳은 후줄근하고 자유롭고 유쾌한 분위기가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 다 듣고, 양재역까지 가는 셔틀버스 타고 친구 만나러 갔다!
아무튼 정말 너무나도!! 좋은 기회고 행사였다. 배운 점도 많았고 그 외에 알게 된 기밀 이야기도 너무 많았다. 또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도 좋았고 더 열심히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 우리나라에서 박사라는 것이 그래도 아무것도 아니지는 않구나... 싶기도 했다.
강연 중간중간에도 친구들과 뭐 먹고살아야 하나 계속 얘기도 하고 했는데, 정말 모르겠다. 일단 뭐 내 앞에 놓인 연구나 잘하다 보면 어떻게 어떻게 풀리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일단은 회사가 와달라고 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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