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제도를 처음으로 적용받는 카이스트 대학원생이 알려주는 전문연 생활
전문연구요원은 석사 후 회사에 취업하여 전문연구요원을 하는 것이 있고, 국내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진학하여 대체복무를 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처음 것을 석전연이라고 주로 말하고, 뒤의 것을 박전연이라고 편히 부릅니다. 참고로, 박사를 따고 나서 석전연도 할 수 있습니다. 석전연의 요구 조건이 석사 학위 이상이라서요. 주로 군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해외에서 박사를 따신 분들이 하시는 경우가 좀 있습니다. (카이스트의) 교수님들 중에서도 몇 분 계시죠 ㅎㅎ..
이 중 국내 대학원, 특히 카이스트의 경험을 바탕으로 박사 전문연구요원 제도와 생활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다른 곳에서 검색해도 쉽게 나오는 것들은 간단하게 넘어가겠습니다. 우선 전문연구요원 제도에 대해서는,
- 22년도 편입대상자부터 박사과정 동안 3년의 복무가 아닌, 박사과정 동안은 2년 + 박사 졸업 이후 1년으로 바뀌었습니다.
- 이와 함께, 박사 졸업이 의무가 되었습니다.
- 다만, 전문연 편입이 되고 난 이후 2년 안에 무조건 졸업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고, 유예기간을 주고 2년 이후 몇 년 동안이나 박사를 못 따고 있으면 전문연이 취소됩니다.
- 편입이 된 시점부터 박사과정 동안에는 맥스 2년만 인정이 되며, 2년 이후 졸업을 못할 경우 시간만 흐르고 전문연 기간은 카운트되지 않습니다. 졸업 후 1년은 정말 졸업 후 카운트됩니다.
살짝 카이스트에서의 제도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 카이스트는 수도권과 다르게 영어나 한국사 시험을 통해 전문연구요원 편입 자격을 받지 않습니다.
- 카이스트는 내부적으로 전문연 편입 대상자를 정하고 매년 국방부에서 정해주는 TO에 따라 순서대로 편입시킵니다.
- 전문연 편입 대상자는 박사 입시를 할 때 함께 선발하고, 면접 성적 순으로 뽑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다만, 박사 합불과 전문연 합불은 별개여서 박사는 합격하고 전문연 편입 대상자는 떨어질 수 있습니다.
- 이러면, 그냥 꼬인 겁니다. 이후 기회가 된다고 전문연 편입을 시켜주지는 않고, 재입학을 통해 심사를 다시 보거나, 그냥 대학원을 안 가고 석전연으로 회사를 가거나, 박사 졸업 후 어떻게든 군(대체) 복무를 하거나, 그냥 현역 입대, 등등... 이렇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사실 좋은 선택지는 없긴 합니다.
생활 - 자율출퇴근제
전문연구요원은 2+1으로 바뀜과 함께 자율출퇴근제로 바뀌었습니다. 주 40시간을 채우면 되고, 평일에만 카운트됩니다. 주말은 안되며, 또 밤 12시부터 아침 6시는 인정이 안됩니다. 매우 아쉬운 점이죠.
또한, 하루에 출퇴근은 한 번만 됩니다. 그래서 집 갔다 오는 게 안됩니다. 한 번 출근하면 끝까지 있어야 합니다. 집을 갔다 오고 싶으면 시간 연차라는 10분 단위의 연차를 사용해야 하는데, 굳이 연차를 사용할 일도 아닌데...... 아깝죠.
또한, 국방부 매뉴얼에는 점심과 저녁도 11~1시와 5~7시 사이 맥스 1시간으로 자율이라고 되어 있지만, 카이스트를 포함한 과기원들은 관리의 편리성을 근거로 12~1시와 6~7시로 강제로 정해져 있습니다. ㅎㅎㅎㅎㅎ
그래서 저 시간에는 시간 인정이 아예 안됩니다. 매우 안타까운 점이죠. 특히, 대전 카이스트의 경우 6시에 차를 타고 밖에 나가려면 30분은 차를 타고 있어야 하는데 ㅎㅎ 저녁은 나가서 먹지 말라는 거죠. 근데 또 학식을 먹으면 1시간이 너무 깁니다. ㅋㅋ
또한, 카이스트의 경우는 전문연에 대해 부정적인 뉴스가 터진 적이 있기에, 꽤 조심하고 있습니다. 그에 불시 점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오고, 병무청에서도 옵니다. 연구실로 와서 제가 잘 있는지를 갑자기 와서 검사를 하는 것이죠. 이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생활 - 해외
해외 출장과, 휴가를 활용한 해외여행 둘 다 해봤는데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냥 해외 나가기 어렵지 않습니다. 출장이라면 복무로 인정도 되고요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해외 출장 가면서 앞이나 뒤에 휴가를 안 붙여봤는데 그 경우 문제없이 출장과 휴가로 잘 카운트될지는 잘 모르겠네요. 아마 하려면 할 것 같긴 합니다.
해외를 나가기 위해서는 출장이든 휴가든 교수님의 승인과 병무청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어떤 연구실의 경우에는 교수님의 승인 그 자체가 관문인 경우도 있던데, 저희는 그렇지는 않았네요.
2+1 제도에 대한 생각
이 2+1 제도가 생각하는 진로에 따라서는 꽤 안 좋은 것 같습니다. 일단 제가 처음으로 2+1 제도를 적용받기에 정보가 적긴 한데, 지금까지 알아본 바로는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제가 전문연을 후배들에게 그리 추천하지 않는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우선 박사 졸업 후 1년을 국내에서, + 병역 지정업체에서 있어야 합니다.
전문연구요원 시스템 자체가 사실 우수한 연구 인력이 죄다 해외에 나가 학위를 따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 있게 하려는 것이 철학이긴 한데요 (+ 회사에 간다면, 우수 인력을 일부러 중소기업으로 보내는), 박사를 따고 다 바로 해외에 나가버리니, 새로운 해법으로 박사를 따고도 해외를 못 나가게 하자! 이것입니다. ㅋㅋㅋ
근데 이 1년이 정말 똑똑한 것인 게, 1년만 강제로 국내에 있게 하면 꽤 많은 것에 제약을 걸 수 있습니다.
1. 해외 포닥을 가고 싶었던 사람
박사를 졸업하며 해외 포닥을 가고 싶겠죠. 하지만 못 갑니다. 회사보다 연구에 더 뜻이 있다면, 정부출연연구소를 가거나 대학 부설 연구소를 가는 것이 좋겠죠. 다만, 정출연 자체의 난이도를 차치하더라도 새로운 환경으로 가서 1년만 있는다면, 일단 그곳에서는 뭘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무리 대학원 때 분야가 같다고 하더라도 연구 환경, 세부 연구 분야, 사람들, 등등 모두 달라지는데 적응하고 연구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1년이 지나갈 텐데요..
즉, 정출연을 가게 된다면 1년이 1년이 아니라 더 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그냥 1년만 보내고 나와도 되죠. 좋은 선택지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ㅎㅎ
만약 박사 졸업 후 정출연과 대학 부설 연구소가 아닌, 회사를 가버리거나 한다면.. 아무튼 박사를 졸업한 포닥 신분인데 포닥 신분으로 회사를 가서 시간은 흐르고 논문 실적은 나오지 않는다면 남이 봤을 때 메리트가 점점 떨어지겠죠.
2. 원래 회사에 가려던 사람
카이스트 박사를 졸업했다면, 중소기업을 가고 싶은 열망은 없겠죠.. 아마 삼성전자, 현대, 등등 대기업을 가고 싶거나, 과제 등을 통해 이미 알음알음된 상태 거나.. 일 텐데요, 2+1에서 졸업 후 1년을 대기업을 갈 수 없습니다. 그 1년은 대기업이 아닌 회사를 가야 하죠. 다만, 석전연에서는 회사가 전문연 TO를 가지고 있고 그 티오를 입사하며 받아야 하지만, 박전연의 경우 이미 티오는 나에게 있어서 병역지정업체로 등록된 회사에 입사 프로세스를 거쳐 입사만 하면 됩니다.
뭐, 저도 아직 어떻게 할지 확실하지는 않고, 좀 개인적이라 아직은 말하기 어렵긴 한데요, 저 2+1에서 1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 저도 슬슬 근처로 다가와서 골치가 아픕니다. 이런 상황이라 요새 약간 전문연에 대해 살짝은?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 같은데, 뭐 원래 안 좋은 것만 보이는 것이기도 하고, 원래 사람이라는 것이 내가 젤 힘들어 보입니다.
좀 더 객관적으로 감정 빼고 본다면 뭐, 만약 해외 박사의 가능성이 너무 없어서 선택지에 아예 없고 국내에서 박사를 꼭 하겠다는 마음이라면 전문연에 대해서 아직까지도 꽤 고려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요약을 해보면, 전문연구요원이란
군인의 법은 군인대로 받고, 노동자의 법은 노동자대로 받고, 대학원생의 법은 대학원생대로 받는 독창적인 신분입니다.
예를 들어, 일단 군인 신분이기에 해외여행에 결격 사유가 있습니다. 사실 뭐 해외를 나가는 게 어렵진 않지만 (그냥 휴가로 자유여행도 다녀왔습니다 ㅋㅋ) 몇 가지 서류가 필요하다는 점과 병무청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무시무시한 경고문들에 동의해야 한다는 점이 있겠네요. 예를 들어, 부모님 연락처를 남겨야 한다거나, 해외에 나갔다가 국내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어떠어떠한 법에 따라 이런 처벌을 받을 수 있고, 이에 동의하냐고 합니다. 동의 안 하면 안 넘어가집니다. 또한, 어쨌든 병역 면제가 아닌, 엄연한 대체복무이기 때문에 훈련소나 예비군과 같은 최소한으로 필수적인 군 활동은 해야 합니다.
또, 노동자의 규칙에서 온 것들이 좀 있습니다. 주 40시간 근무, 연차 15일 등등이 있습니다. 또, 노동자의 날 때 쉽니다. 다만, 전 오늘 노동자의 날 때 미팅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교수님과 학생들은 또 쉬지 않거든요. ㅎㅎ 그래서 출근했지만 시간은 카운트되지 않았습니다 ㅋㅋ
그리고 기본적으로는 대학원생이고, 여느 대학원생들이 받는 모든 제도와 혜택을 동일하게 받고, 동일하게 생활합니다.
군 문제와 입시는 워낙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본 글은 참고로 사용하되 직접 더블 체크를 하시길 바랍니다. 인생이 걸려있잖아요.
최근 여러 학부생들의 진로나 대학원 관련 고민들을 들어주고 있는데, 대체로 많이 나오는 질문들에 대해 블로그에 작성해 보았습니다. 이 글이 큰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고, 저에게 더 궁금한 것이 있거나 추가적인 고민이 있다면 아래 글도 한 번 봐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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