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많이 바쁘기도 하고 고민도 좀 있고 해서 글을 잘 못 쓰고 있는데, 내일이 연휴이기도 하고 일찍 퇴근해 집에 와서 위스키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글을 짧게나마 써보려고 한다.
학부 연구생부터 시작해 대학원에서 4년도 이미 지나 5년차가 된 사람으로 그래도 연구가 무엇인지? 에 대해 고민을 좀 해보긴 했다. 나는 특히, 순수 자연과학보다는 공학쪽의 피가 흐르는 사람으로 학문적 호기심도 물론 좋지만, 이 세상에 쓸모가 있는 기술을 만드는 것에 더 관심이 가고 그러한 사고 방식이 깔려 있다. 내가 생각했을 때, 최소한 나에게는, 연구라는 것은 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기존에는 없었던/잘 안되던) 어떤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다.
즉, (1) 기존에 잘 안되거나 없었던 문제를 찾고, (2) 있는 힘껏 잘 해결해서, (3) 사람들에게 알리고 사람들이 기술을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이 중 (3)에 대해 좀 더 말을 해보려고 한다.
아마 들어본 사람이 많을수도 있는데, Publish or perish라는 말이 있다. 논문을 퍼블리쉬하여 세상에 공개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대단한 기술을 만들어놓았더라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 구절은 내 사고방식과 같은 철학을 가지는데, 결국 무언가를 만들더라도 논문을 출판해 세상에 공개하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사용하게 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단순히 공부만 열심히 잘 하는 학생보다는 연구도 잘하고 적극적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학생이, 최소한 나에게는 더 본받고 싶고 이 세상에 더 효율적으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대학원에서도 I보단 E가 낫다는 슬픈 사실이다... 컴퓨터 쪽이 특히 그런 것 같은데, 연구가 마무리되고 트위터나 링크드인에 적극적으로 PR을 하고 소통을 하는 것을 보며, 참 멋있고 나도 좀 해보고 싶다고 생각은 드는데.. 그래도 트위터 계정은 만들었다는 점에서 50점을 주고 싶다.
뭐 말이 좀 새긴 했는데, 그렇다면 아무튼 내 논문을 누군가가 읽고, 사용해보고, 비교해보는 것이야말로 두려우면서도 뿌듯한 경험일 것이다. 내가 대학원 초기에 연구실 형이랑 하던 얘기가 있는데, 연구를 하고 이후에 다른 사람들이 까는 것이 그래도 아무도 읽지 않는 연구보다는 나을 것 같다고 했었다. 약간, 악플보다 무관심이 더 안 좋다는 얘기와 비슷한 것 같다. 오랜 시간 공들여 연구를 하고 글도 쓰고, 데이터도 뽑아 논문을 썼는데, 그래도 손님들이 와서 뭐라도 가져가게 해야 하지 않나 싶다.
내 논문이 누군가에게 읽혀지고, (최소한이라도) 쓸모가 있었다는 것이 결국 citation, 인용수이다. 세상을 정량적인 수치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가득가득한 연구 사회에서 인용수, 임팩트 팩터 등 본인의 연구와 저널 자체도 수치화를 이미 다 해놓았다. 누군가가 논문을 쓰며 내 논문의 내용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혹은 내 논문의 내용을 가져왔다 와 같은 말을 할 때 내 논문을 인용을 하게 된다. 그래서 사실 많이들 공감하겠지만, 내 논문의 인용수가 하나하나 늘어나는 것을 보는 뿌듯함과 재미가 있다. 나의 작고 소중한 인용수 1 이다.
하지만, 이 citation이라는 것은 단순히 Introduction이나 Related works에서 정말 짧게 한 번 얘기만 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긴 하다. 이 또한 감사하고 좋은 일이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내 논문에 대해서 그래도 한 두 줄 정도 더 있다면 좋겠다는 욕심이 들기 마련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꽤 큰 일이 있었다. 내 논문을 짚어주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내 논문을 이제 벤치마크에 사용하고 Discussion section에서도 내 방법론과의 비교를 하는, 꽤나 큰 비중을 가지는 논문이 나왔다. 물론 당연히, 자기네 결과가 제일 좋다라는 결론이고, 내 방법론의 한계를 이제 적나라하게 강조하고 이를 위한 실험을 설계하였다. 즉, 내 논문을 깠다! 까였고, 내가 봤을 때 좀 실험 설계를 내 방법론에 대해 꽤나 불리하게 해 놓기도 했고, 솔직하게는 전반적으로 약간 신뢰성이 조금 부족한 면이 있어보이기는 하는데, 뭐 지금은 arxiv 단계고, 이제 리뷰어들이 잘 평가를 할테니, 뭐 현재로서는 뭐 별 생각은 없긴 하다. 아무튼 그래도, 내 논문을 인용했다는 알림이 떠서 뭔가하고 봤는데, Main figure들에도 내 방법론과 결과가 나와있고 꽤나 자세하게 분석해놓아서 참 신기했다. 한 줄로 요약하면, 그래도 이제 이 세상에 의미 있는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았고, 뿌듯했고, 재미 있었다.
이 논문은 예전에 말했던 네이처 자매지에 억셉된 논문인데, 나름 Github에서 star도 많이 받고 꽤나 활발하게 국내외 연구자들과 이메일 등을 통해 소통을 하고 있었다. 사실 그래서 뭐 citation은 그래도 좀 있기는 하겠구나... 싶었고, 이미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람들도 있어서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내 연구를 비교대상으로 삼아 까면서 자기네 연구를 자랑하는 이건 또 처음이라 글로 써보게 됐다.
2023.07.05 - [대학원 생활] - 네이처 자매지 억셉됐다
네이처 자매지 억셉됐다
공동 1 저자로 친구랑 같이 쓴 논문이 있는데, 네이처 자매지에 억셉되었다. 블로그에도 몇 번 중간 과정 글을 남겼고, 이번 년 초에 리비전도 빡세게 하면서 꽤 노력을 많이 했다고 생각하긴 한
honeyjamtech.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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