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몇 개월간 정말 바빴다. 아직도 사실 바쁘고, 설 연휴이며 주말 밤임에도 불구하고 연구실에 나와있다.
사실 글을 쓰지 않았다기보단 썼다가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나만 보기로 저장해 놓은 채로, 그리고 지금 다시 마무리짓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이 몇 개 있다. 글을 막 어마무시한 노력을 하며 완성을 하진 않더라도 그래도 내 기준에 맞게 어느 정도 길이나 내용, 완성도는 있게 쓰려다 보니 글을 쓰다가도 세상에 나오지 못하거나 쓸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 같다.
얘기하고 싶은 것이 여럿 있지만, 하나만 먼저 써보려고 한다. 고민이나 딥한 얘기는 접어두고, 괜찮았던 경험 하나에 대해 담백하게 쓰면 짧은 시간 내에 쓸 수 있을 것 같다.
두괄식으로 말하자면, 최근 (좀 됐지만) 내가 썼던 논문 하나가 네이처 자매지에 억셉되었다.
지난번 네이처 자매지에 어셉 된 후 약 1년에서 1년 반 사이가 흘렀다.
2023.07.05 - [대학원 생활] - 네이처 자매지 억셉됐다
네이처 자매지 억셉됐다
공동 1 저자로 친구랑 같이 쓴 논문이 있는데, 네이처 자매지에 억셉되었다. 블로그에도 몇 번 중간 과정 글을 남겼고, 이번 년 초에 리비전도 빡세게 하면서 꽤 노력을 많이 했다고 생각하긴 한
honeyjamtech.tistory.com
지난번 자매지와는 다른 자매지이고, 분야도 다르다.
지난번 글을 우측 모니터에 띄워놓고 그때의 경험과 이번의 경험을 비교해 보면...,
이 두 자매지 모두 상당히 높은 정량적 수치를 가지고 있긴 해서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될 것 같고, 신기하게도 둘 다 첫 지원에 붙었다. 원래 논문을 높은 저널에 냈다가 까이고 조금 낮은 저널에 내보고 이런 식으로 많이들 진행이 되는데, 다행스럽게도 처음 낸, 다시 말해, 기대보다 높은 저널에 바로 붙었다.
아무튼 이렇게 두 번의 큰 논문을 한 번 써보고 나니, 이제 연구와 논문 출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이 잡힌다. 이 두 논문 외에도 매우 좋은 실적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논문 편수는 이제 감을 잡기에는 충분히 써본 것 같다.
네이처 쪽 논문도 써보고, 그 외의 저널에도 출판해 보고, 비전 분야 학회에도 논문을 좀 내보니, 각각 원하는 것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원하는 것도 다르고, 논문의 흐름과 그림의 스타일도 정말 많이 다르다. 또, 이렇다 보니 나는 그래도 여러 분야의 연구자들과 직간접적으로 소통해 볼 기회가 좀 있었는데,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크게 다름을 느꼈다.
모두들 연구자라는 큰 틀 안에 있지만, 생각하는 방식이 분야마다 다르고 아마 이것이 각 분야의 논문마다 추구하는 스타일이 다른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스타일이라면 눈에 보이는 글의 짜임과 그림도 있을 것이고, 메인으로 보여주는 실험과 어떻게 이로부터 결론을 낼지, 추가적으로 어떤 자잘한, 하지만 필수적인, 실험들이 보여야 하는지 등이다.
한 때 교수님께서, 아마 지나가는 말로, 자신은 연구가 완료되기 이전부터 어떠어떠한 실험과 그로부터 어떠한 결론을 내고 어떻게 논문을 작성할지까지 모두 머릿속에 있다고 말하신 적이 있다.
이 말이 이제는 이해가 가고, 이런 능력이 대학원 과정을 통해 배우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결론을 지금 확실하게 알기도 어렵고, 연구를 진행하다가 random 한 어떤 발견을 하는 것이 매우 큰 의미를 가질 수 있긴 하지만, 큰 방향성, 이를 위해 보여줘야 하는 메인 실험과 연구의 Introduction 정도는 얼추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석사 과정이나 초기 대학원생이라면 큰 줄기 없이 내 눈앞에 놓인 단기적인 실험과 연구를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이쯤 왔으면... 그 정도는 해야 하는 것 같다.
논문도 꽤 써보고, 주로 내는 분야의 학술지에 나오는 논문들을 많이 읽다 보면 이제 그런 감도 잡히고, 아 어느 정도 하면 이 저널에 나오는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아무튼 논문이 하나 더 (그것도 큰 것이) 나오게 되어 기쁘기도 하다. 다만, 첫 네이처 자매지를 썼을 때만큼의 도파민?이 나오지는 않은 것 같은데, 아마 요새 너무 바빠서 기뻐할 시간도 별로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사실 저 바쁜 것 하나가 꽤나 내 머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힘들 정신도 기뻐할 정신도 별로 없다.
그래도 이게 다음 달이면 끝날 것 같은데 빨리 끝나고 밀린 기쁨과 슬픔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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