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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생활

오랜만에 돌아온 대학원 생활 리뷰

by 두재 2022. 4. 21.

최근 몇 개월간 정말 정말 바빴다. 내 블로그에는 몇 달간 글이 올라오지 않았다.

사실 바쁜 것도 바쁜 것이지만, 글을 쓰는 것은 꽤나 여유가 필요한 일이다. 그동안 내가 여유가 없긴 했었다.

 

대학원생이 여유가 없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의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첫 번째로, 실제로 바쁜 것이다. 논문의 데드라인이 얼마 안 남아있다거나, 과제나 조교 일 등으로 시간에 쫓기며 사는 경우다.

두 번째로는 마음에 여유가 없는 것이다. 특히 하고 있는 연구와 관련이 된 경우가 많은데, 같이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는 것을 보거나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나도 아는데 연구에 진척이 없으면 꽤나 스트레스가 된다. 이 경우가 더 스트레스인 것이, 연구가 잘 되기 전까지는 이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며 누군가가 이 상황을 대신 해결해 주는 경우도 없다.

 

나 같은 경우는 그동안 두 가지 경우가 함께 있었다. 사실 저 두 가지 경우는 대학원생에게 꽤 자주, 그리고 대부분 예고 없이 찾아오게 된다. 

 

2월과 3월 정도에는 우리 교수님의 수업 실습 자료들을 만들었고, 다른 연구팀을 조금 도와줄 일이 있었다. 그 연구팀은 거의 논문이 완성된 상태였고 내가 약간의 추가 실험을 해서 그 논문에 함께 싣는 계획이었다. 늘 생각한 대로 일이 풀리지 않듯이, 생각한 것에 비해 시간이 조금 더 걸리게 되었다. 그 연구팀에 미안하면서도 어찌 되었든 빨리 결과를 내야 해서 마음이 꽤 편치 못했다.

3월과 4월, 학기가 시작되었고 자잘 자잘한 여러 할 일들이 있었다. 이제 전공 수업을 듣지도 않는데, 학기가 시작하면 무언가 산만하고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교수님(들)과의 여러 미팅, 학회 관련 일, 여러 사람들과의 사소한 이벤트들은 말 그대로 현생에 치여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을 방해했다. 또한, 내 개인 연구들도 빨리 마무리 짓고 싶어 빡세게 진행했다.

 


지금은 일들도 많이 끝났고 연구도 어느 정도 윤곽이 보이고 있다. 대충 어떤 실험을 해서 어떤 식으로 하면 끝나겠다는 감은 오긴 하는데, 사실 어찌 되었건 끝난 것은 전혀 아니기 때문에 마음이 엄청 편하지는 않다.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 배운 점 중 하나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는 점이며 실제로도 끝나기 전까지는 막 기뻐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어찌 되었건 급한 불은 모두 꺼졌고, 몇 개의 작은 불들만 남아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대학원생은 직장에 다니는 것보다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을 어디선가 보았다. 직장 생활에 대해서는 티비로밖에 보지 못 했지만, 그럴 것 같긴 하다. 나도 이제 벌써 대학원에 들어온 지 2년이 지나 어느새 3년 차가 되었다. 입학하고 난 이후 지금까지 심리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대학원에 왔을 때보다 어느 정도 생활에 익숙해진 지금 오히려 더 고민이 많아진 것 같다. 무엇을 먹고살지, 무슨 일을 하면 행복할지, 어쩌면 일을 하면서 행복한 것이 유니콘과 같은 것이 아닐지, 논문은 대체 언제 억셉이 될지...

예전 내가 교수가 되어 연구를 계속하고 싶다고 했을 때 공대 교수이신 작은 아빠가 하셨던 말씀 중에 좋은 저널에 논문 내는 것, 1저자가 되는 것, 이런 거 고민하지 말고 일단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 저런 것은 지도 교수님이 고민할 사항이고 대학원생은 잡생각하지 말고 공부를 하여야 한다고 했다. 솔직히 말하면, 최근에는 잡생각이 많은 것 같다. 분명 1년 차 때에는 잡생각 전혀 없이 공부에만 매진한 것 같은데, 최근 연구 외에 잡생각이 휘몰아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별생각 없이 일단 할 거 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매번 월급을 받을 때마다 무엇을 했다고 벌써 한 달이 지났나, 무엇을 했다고 이런 돈을 주나 싶기도 하다. 또 벌써 4일 후면 돈이 들어온다. 돈을 받는 것은 역시나 기분 좋은 일이다.

 

최근에 알게 된 사람이 있었다. 문과였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 나 또한 블로그를 하지만, 나는 정보를 올리는 식이고 나의 생활이나 생각에 대해서 작성한 글은 많지 않다. 그 사람은 모두 그때의 자신의 생각을 오랫동안 고심하여 글로 작성한다. 어쩌다 보니 거의 모든 글들을 읽어 보았는데 재미있었다. 뭔가 멋있었고, 나도 그렇게 글을 써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