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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생활

연이은 논문 리젝

by 두재 2022. 6. 5.

'어거스트 홍미당'이라는 카페 3층, 커피도 맛있고 조용하고 좋다.

 

학회에 제출한 논문 1개가 며칠 전 리젝당했다. 연이은 리젝이라 했지만 여러 논문이 리젝된 것은 아니고 한 논문이 리젝되고 제출하고 리젝되고... 를 반복하고 있다.

 

학회는 저널과 다르게 타임라인이 모두 정해져 있다. 언제까지가 제출 마감일이고 언제 우리가 결과를 알려줄 것인지가 다 홈페이지에 나와 있다. 물론 사정이 있어 늦어지는 경우도 있고, 시차를 고려하여 한국 기준 다음날에 나오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암튼 얼추 맞다.

다들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꼭 논문이 아니더라도 뭔가 결과가 나온다는 날은 거의 전날부터 일이 손에 잘 안 들어온다. 그래도 뭐 결과가 나온다는데 하루 정도는 집중이 잘 안 될 수도 있지. 특히, 이번 논문은 이번 학회에 꼭 붙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에 더욱 기대했던 것 같다. 당연히 붙으면 좋은 것이지만, 더욱 기대한 이유는 몇 가지 있는데,

  1. 이 논문을 이 학회에 처음 제출한 것이 아니라, 이미 다른 2번의 학회에 제출했다가 리젝된 상태라 너무 오랫동안 마무리가 안 되고 있다.
  2. 리뷰어 점수가 꽤 나쁘지 않았고, 사실 이전에 제출했던 학회들에 비하면 이번 학회는 그래도 acceptance rate이 어느 정도 된다.
  3. 작년에도 이 학회에 논문을 냈었는데 virtual이라 못 갔는데, 이번에는 대면이라 가보고 싶었다.

 

아무튼 하루 동안 집중을 잘 못하고 마음이 붕 뜬 채로 결과를 기다리다 잠에 들었고, 다음날 새벽 6시에 이메일이 왔다. 일찍 잠에 들어서인지 몰라도 놀랍게도 메일이 온 새벽 6시 쯔음 눈이 떠졌다. 내 폰은 밤이 되면 자동으로 방해 금지 모드가 켜지기에 이메일 때문에 깬 것은 아니었다. 부스스한 눈으로 폰을 보고 Microsoft CMT에게서 이메일이 온 것을 보았고, "we are sorry to inform that..."를 보았다. 그중 "sorry"가 특히 눈에 들어왔다. 처음 보고서는, '아니 미안할 일을 왜 하지?'라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당연히 처음에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근데 또 막 엄청나게 나쁘지도 않았는데,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새부터 큰 감정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근데 또, 작게 작게 기분이 좋거나 나쁜 건 또 자주 있는데 얼마 안 간다. 뭐, 누굴 탓할 것도 아니고 (이번에는 우리의 실수와 잘못이 컸다) 무슨 말이나 행동을 한다고 결과가 바뀌거나 기분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그냥 좀 누워 있었다.

 

내 뇌는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그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한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웃길 수도 있다.

하나의 논문을 가지고 4번의 학회를 경험하는 것은 정말 누구나 하기 힘든 경험이다 (하고 싶은지와는 별개로 ㅎㅎ). 여기서 포기하면 그냥 쪽팔린 일로 끝난다. 하지만, 잘하면 이걸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 3번의 학회 심사를 거치며 내 논문에 대해 익명의 15명 정도가 평을 했다. 그 과정에서 논문을 조금씩 수정하고 보완을 할 수 있었다. 물론 매번 모든 리뷰어들이 말한 것을 고치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보완하여 전략도 짜고 실험도 추가해 볼 생각이다. 물론 매번 그랬지만, 이젠 정말 끝을 보겠다는 마인드로 제출해보려고 한다. 만약 그렇게 해서 이 논문이 나중에 잘 되면 이제 하나의 스토리가 된다.

잘 될지 안 될지는 솔직히 모르겠지만, 어쨌든 일단 이 논문에 최선을 다해봐야 뭐가 되든 한다는 게 이 상상의 교훈. 잘 되면 '그 논문이 지금은 잘 나가는데 이게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엄청 힘들었어'가 되고, 써먹을 수 있는 하나의 경험이 될 것이다.

 

역시나 이 세상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원래 좋게 기대하기보다는 조금 안 좋은 시나리오로 생각하고 되면 기뻐하는 주의였는데, 최근에 조금 기대가 많았다. 뭐, 아무튼 논문을 보완하기 위해 조금 더 할 일이 생겼다. 뭔가 최근을 살펴보면 할 일은 엄청 많은데 결과가 잘 안 나오는 것 같다. 일이 끝나면 다음 일이 생기는데, 딱히 결과가 나오지 않거나 안 좋은 결과들이 나와서 조금 별로다. 하지만, 뭐 나는 나름 괜찮은 멘탈을 가져서 사실 괜찮긴 하다. 뭐 언젠가 좋은 일이 생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