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정말 정말 오랜만에 쓰는 글이다. 원래 첫 논문 억셉 (accept)으로 해서 임시저장은 되어 있었는데, 실제로도 너무 바빴고 그래서인지 마음에도 여유가 없어서 글을 도저히 쓸 수가 없었는데, 다음 논문 하나도 거의 완성이 된 지금 글을 다시 이어서 쓰게 되었다.
<임시저장되어 있던 글 - 아마 지금으로부터 두 달 전인가 보다>
대학원에서 쓴 첫 논문이 Rebuttal 후에 억셉이 되었다.
카메라-레디 (camera-ready, 최종본) 제출은 아직 두 달이었나 조금 남은 것 같아서 일단 마음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다른 논문 하나도 지금 한시가 바빠서 실제 쉴 수는 없을 것 같지만...
조금 더 자세하게는 추후에 이 글을 수정하려고 하는데 일단 글로 남기고 싶은 것 (자랑?)이 있어서 적어보려고 한다.
나는 리뷰어 3명 중에 한 명이 probably reject이라는 accept과 reject 경계 바로 아래의 점수를 주셔서 일단 rebuttal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한 분이 Strong accept을 주긴 하셨었다. 이 사람의 review가 나의 남은 대학원 생활 (or +) 동안 연구에 동기부여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적는다. 리뷰어가 혹여나 자신의 리뷰를 검색했다가 이 블로그가 나오는 사고를 막기 위해 고마웠던 phrase만 모아보았다 (약간의 paraphrase와 함께....).
fall in love with research.
very good in almost every aspect.
congratulations to authors on beautiful work!
이외에도 excellent나 코드는 reproduce 가능하다... 게다가 첨부도 되어있다! 와 같은 말들을 하셨다.
<임시저장되어 있던 글 끝>
지금은 이제 카메라-레디 제출도 끝난 지 조금 되었다. 이제 남은 건 학회 발표가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랩 세미나에서 발표 자료는 어느 정도 만들어놓았고, 내 나름대로 이 분야에 대해서 수월하게 발표할 정도의 지식도 있다고 생각을 해서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조금 임시저장되어 있던 글을 정리해보자면, 정말 내 힘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진행한 첫 논문 (교수님의 도움이 정말 많이 들어갔지만)에 좋은 평이 달려서 정말 다행이고 고마웠다. 아마 저 리뷰들이 앞으로의 연구에 있어서 굉장한 자극과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
지금은 이제 작년부터 진행했던 한 연구를 이제 wrap up 하고 있는 상태이다. 결과는 거의 다 뽑았고 논문 draft도 일단 적어 놓아서 figure를 다듬고 논문 영어를 완성시키면 일단 우리 쪽은 끝이다. 합불은 이제 저널 쪽에서 판단을 하실 거고... 논문 영어가 아직도 많이 부족한데, 단순 영어뿐 아니라 흐름이나 논리 측면도 조금 부족한 것 같다. 그래도 아직은 초기니까..라고 생각은 하고 있다. 이렇게 몇몇 논문으로 헤딩하다 보면 나중에는 스스로도 완성도 있는 논문을 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교수님이 고쳐주시는 내용들을 이해하고 공부해야지만 늘겠지.
그래도 한 가지 놀라운? 다행인? 점은 논문 draft는 우선 굉장히 빨리 썼다는 점이다. 사실 논문 draft 같은 경우는 일단 넣을 내용을 빠짐없이 넣는 것이 중요하다. 문장, 문단의 순서를 나중에 생각하더라도, 일단 있어야 할 내용이 없으면 안 된다는 소리다. 이게 굉장히 쉬워 보이는데 내가 처음 논문을 썼을 때에는 이 쉬운 것을 며칠 애먹었던 것 같다. 아무리 읽어도 완성도 있는 논문인데 ㅋㅋ..., 교수님께 보내드리면 어디 어디에 디테일이 없다 내용이 없다 이런 피드백을 좀 받았었다. 그래도 이번 논문 같은 경우는 그런 것은 좀 덜한 것 같다. 여전히 문단의 순서나 문장들이 논리 없이 전개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확실히 저런 기초적인 것들은 논문을 써본 경험도 중요하지만, 다른 논문을 얼마나 읽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이미 publish 된 논문들이라면 어찌 되었건 필요한 내용은 거의 다 들어있을 것이고 그 논문이 하는 정도는 나도 해야 한다. 사실 이미 억셉된 내 논문을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어찌 되었건 내 첫 논문이 우리 교수님께서 직접 도와주신 논문이고 정말 케어를 많이 해주셨던 것이 느껴지기 때문에 저 논문이 일단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내 논문뿐 아니라 우리 연구실에서 나온 다른 논문들도 몇 개 참고해가면서 작성했다. 연구 분야가 어느 정도 겹치기 때문에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
게다가, 이번 논문은 저널로 가는 것이기도 하고 이미징 논문이다 보니 figure가 나름 예쁘다. 요새 정말 우리 연구실에 만족하고 공부하는 것이 너무나도 재미있는데, 진짜로 재미있는 결과들이 많이 나온다! 우리 연구실에 처음 진학할 때, 사실 홈페이지에 있는 figure들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정말 말 그대로) 약간 마음속 어딘가를 자극하는 게 있었는데 최근, 그리고 이번 논문에서 그리는 그림들이 내가 연구실을 진학하면서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림 정도의 퀄리티라서 너무 기쁘다. 확실히 바이오 분야가 그림 그릴 맛이 나는 것 같다. 물론 정말 네이처나 셀 이런 계열 논문을 보면 정말 퀄리티가 말이 아니다. 딱 보면 figure 한 개에 며칠을 갈아 넣은 것이 눈에 보이는데, 이런 그림 한 번 그려보고 졸업해야지.
조금 정리해서, 최근 연구들이 어느 정도 완성이 되어가고 논문으로 나가려고 하는 단계에 있는 것들이 몇 개가 있는데 굉장히 기분도 좋고 행복하다. 특히,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긴 것 같다. 내가 대전에 내려온 지 이제 1년 반이 되었는데, 작년 1년 동안은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열심히 했다. 물론 당연히 지금 열심히 안 한다는 게 아니라!, 그때는 거의 강박증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지난 1년 동안의 고생이 이제 조금 빛을 보는 것일 수 있는데, 작년에는 정말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오히려 근심이 마음 한 구석에서 끊임없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오죽하면, 작년에 내 얼굴이 찍힌 사진이 거의 없다. 친구를 만나지도 않았고, 별로 찍히고 싶은 생각도 안 들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근심은 이것 같다. 어찌 되었건 연세대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안전한 길이 있었는데, 그 길을 버리고 이제 카이스트라는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선택을 내가 한 것인데, 빨리 성과를 내어야 하지 않나라는 조급함이 정말 컸었던 것 같다. 특히 카이스트에서 워낙 대단한 사람들이 보여서 그런 것일 수도 있는데 (물론 나 또한 어느 정도는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무튼 친구들도 거의 안 만나고 랩 생활만 주구장창했었다. 다시 말하지만, 해이해지는 것에 대해서는 나 스스로도 경계를 하고 있고 여전히 실적을 많이 내고 싶다는 욕심은 가득하다. 단지 카이스트에 온 이후로 논문이 1개도 없는 사람에서 일단 1개라도 낸 사람이 되어 마음의 여유는 조금 생긴 것 같다.
대학원생이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안될까? 당연히 된다고 사람들은 말하겠지만, 뭔가 대학원생과 여유라는 단어는 양립할 수 없는 존재 같다. 내 지난 1년이 대학원생은 여유를 가질 수 없다 라는 강박에 빠져있었다면, 지금 내 생각은 여유를 가지면서도 능력을 가지고 실적을 뽑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지금 내가 wrap up 하고 있는 연구도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정말 별 거 아니고 한두 달 만에 끝내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물론 끝낸 사람의 입장이다) 이게 이렇게 1년이 넘게 오래 끌린 이유가 아마 그동안 여유가 없어서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사실 작년 하반기 쯔음에는 생각을 안 하고 연구를 했었던 적이 몇 번 있던 것 같다. 그렇게 생각을 안 하고 진행하다가 나중에 그 실수를 알아차리고는 그 시간 동안을 모두 날려버린 게 되고... 이런 것을 몇 번 해본 입장에서 여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각이 정리된 것 같았지만 지금 보니 글의 마지막 부분이 조금 난잡해 보인다. 뒷부분에서 생각이 흐르는 대로 글을 써서 그런 것 같다. 이런 글에 등장하자니 조오금 모순이 아닌가 싶지만, 교수님께서 논문 라이팅 얘기를 해주시다가 나온 말로 끝내겠다.
말을 흐리멍텅하게 하다 보면 생각이 흐리멍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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