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학원 생활

길고도 길었던 논문 억셉기 (WACV 2023)

by 두재 2022. 10. 23.

한 열흘 전쯤에 논문 하나가 WACV라는 학회에 억셉되었다. 며칠 전에 카메라 레디도 제출하였고... 덕분에 하와이🛫에 가게 되었다! (드디어! 내가 대학원에 오고 나서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내 첫 대면 학회다. 한국인 분들 있으시면 같이 만나도 좋아요)

억셉!

정말 다행스럽고 기쁘기도 하고, 꽤 오묘한 기분이 들게 하는 논문이었다. 뒤에서 길고, 길게 말하겠지만, 이 논문은 정말 여러 번의 리젝 이후 억셉된 논문이라 사실 마음이 너덜너덜해지기도 했고, 근데 또 진짜 붙었으면 좋겠다고 기대 아닌 기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꽤나 마음이 아픈 얘기인 것이, 학회 홈페이지에서 결과가 나온다고 한 전날부터 완전 뒤숭숭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가 않았다. 그런데 결과 발표를 전날 미루기도 해가지고 사실 잠도 잘 못 자고 완전 멘탈이 안 좋았었다. 아무튼 억셉이 되었으니 기쁘기는 한데, 뭔가.. 막 기쁘지가 않다. 너무 마음고생을 해서 그런가 싶다.

최근에는 사실 또 논문을 쓰고 있는데, 얼추... 완성된 것 같다. 이번에는 네이처 자매지에 투고를 해보려고 하는데, 뭐 되면 정말 무지하게 기쁜 일이지만, 일부러 기대는 안 하고 있다. 그래도 내가 지금까지 썼던 논문들보다는 제일 나은 논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연구로의 가치가 높다기보다는, 논문 라이팅이나, 내용, 논문 분량 등등 그냥 논문의 완성도가 꽤나 만족스럽다. 이렇게 매번 조금씩 더 완성도 있는 논문을 쓴다면, 졸업할 때쯤에는 꽤나 괜찮게 연구하지 않을까 싶긴 한데, 최근에 또 드는 생각은 내가 나중에 우리 교수님의 도움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이 정도 연구와 논문 작성을 잘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물론 아직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위로하거나 말할 수도 있지만, 내가 박사 졸업할 때에는 그러면 가능하냐..? 싶으면 잘 모르겠다. 아무튼..

아직도 할 것이 많긴 하지만, 토요일 밤 12시에 랩실에서 멀뚱히 있다가 이 논문과 학회라는 것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나도 많은 경험이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몇 편의 논문과 주워들은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얘기해보자면, 연구가 완료되는 것과 그 연구가 세상에 나오는 것은 정말 별개라고 생각한다.

 

이번 논문의 경우 연구를 할 때에는 정말 너무나 일이 수월하게 풀리고, 논문도 잘 써지고, 이상하리만큼 모든 일이 착착 진행되었다. 연구를 거의 마무리지을 당시 (그땐 끝이라고 생각했었던..) 교수님과도 왜 이렇게 연구가 쉽게 진행되는지 서로 물어보던 시절이 기억난다.

너무나 최상위 학회들에 제출해서 그랬었는지, 이 논문은 이번 학회가 4번째다. 사실 최상위 학회라고 해도, 리뷰어들의 리뷰를 보면 사실 납득이 안 가는 경우도 많았는데, 또 어떻게 생각해보면 3번의 나가리..는 세상이 잘못되었다기보다는 어찌 되었건 우리 쪽에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사실 문제라 하면.. 연구가 형편없다기보다는, 분야가 잘 맞지 않는 잘못된 학회에 냈을 수도 있고, 논문 라이팅에서의 문제가 있었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솔직히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이게 내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소위 리뷰어 운빨이 좀 심한 것 같기도 하다. 뭐 머신 러닝을 하는 친구들의 얘기나 경험담을 들어도 논문을 바꾸지도 않은 채로 낮은 학회에 떨어지고 높은 학회에 붙는 경우도 많고, 어떤 리뷰어는 읽지도 않았으면서 마구 까는 경우도 있고.. 뭐 그렇다.

나는 이 논문만으로도 정말 여러 학회에서 과정을 겪어봤는데, 리뷰어들 중에 몇 명은 좀 별로였다. 칭찬이 그득한데도, weak accept을 줘서 조금만 더 주지.. 싶기도 했고, 별 피드백도 안 주고 논문 3개 달랑 주면서 이거 인용하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그러면서 또 weak accept이다. 게다가 논문 2개는 저자도 같던데, 그 저자가 리뷰어라는 합리적 의심을 해본다. 뭐 이런 사람들보다도 제일 문제는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한 건지, 글을 읽을 수 없는 것인지.. 도저히 논문을 읽었다고 생각할 수 없는 질문들이 좀 있다. 

 

뭐 이런 일도 있었다.

사실 우리 교수님의 특성도 있지만, 우리는 논문을 정말 이해하기 쉽도록 쓰려고 한다. 그래서 또 분량이 좀 많아지는 경우도 있긴 한데, 아무튼 처음 논문은 그랬었다. 그런데, 어떤 리뷰어가 좀 수학적으로 설명이나 증명을 좀 해보라고 하길래 이를 추가하고 좀 더 논문을 수식들을 더 많이 사용하며 "어렵게" 만들었다. 사실, 논문을 어려워 보이게, 멋있어 보이게 만드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또 그런 논문들이 굉장히 많긴 하다.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면서도 이해하기 어렵게 현란하게 작성하는 경우는 많다. 아무튼 그렇게 또 복잡한 논문으로 바꿨었다. 그런데 또 하필 그때 서브밋한 학회가 약간 biologist 쪽 분야 학회에다가 냈더니 왤케 mathy 하냐고 뭐라 했다. 그러고 뭐 그냥 별로 수정 안 하고 또 컴퓨터 비전 쪽 학회 제출하고 억셉이 되었었다.

 

그러니까 사실, 그 학회 특성, 학회가 무슨 분야냐, 논문을 어떤 사람들이 읽느냐에 따라 평가가 매우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우리 연구실은 이제 학회를 메인으로 하는 곳도 아니고 AI 쪽 학회는 경험이 많지 않아서 지금이 감을 잡고 있는 때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뭐 이런 것을 메인으로 하는 쪽이라면, 이런 고민 없이 원래 하던 대로 하시다 보면 무난하게 억셉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뭐 학회가 어떻다 저렇다 리뷰어가 나쁜 놈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아무튼 이 논문 자체가 꽤나 발전되었다. 사실 받은 리뷰 개수만 해도 정말 많고.. 다행히도 사공이 많았지만 배가 산으로 가지는 않았다. 아무튼 그런 경험들을 통해서, 이번 학회에서 결국 끝이 난 것이 아닌가 싶다. 나도 그렇고 같이 쓴 다른 형도 그렇고, 교수님까지 모두들 이 논문에 사실 지쳐 있고 마음이 살짝은 떠 있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잘 끝나서 다행이다. 이번에 가게 된 학회도 완전 탑티어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 좋은 학회여서 좋은 것 같다.

 

글을 쓴 지 어연 한 시간이 되어가다 보니 또 나의 고질병인 뭘 쓰려했는지 까먹은 상태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사실 요새 잠을 못 자서 졸리다. 어쩌면, 뭘 쓰려했는지도 없었을 것 같다. 아무튼, 생각나는 대로 어느 정도는 썼으니, 내용은 충분한 것 같은데 ㅋㅋ 나는 소설가는 못할 것 같다.

 


아무튼 결론.

  • WACV 2023 억셉돼서 하와이 간다. 가서 잠깐 커피 마실 사람 있으면 마셔요!
  • 지금 또 논문 하나 거의 써간다. 네이처 자매지 붙으면 진짜 대박적. 매일 아침 영국 방향으로 절합니다. (네이처는 영국인데, 스프링거는 독일이고 스프링거 네이처면 독일한테 절해야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