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학원 생활

카이스트 대학원 생활 - 인턴

by 두재 2020. 2. 26.

카이스트 대학원에 2020년 봄학기 신입생으로 합격하고, 아직 개강은 하지 않았지만 1월 중순부터 미리 랩에 들어와 생활하는 중입니다. 미리 랩에 들어와서 뭐하냐 궁금하실 수 있는데, 랩 분위기 파악도 하고 적응도 하고 사람들이랑 친해지는 것부터 해서 공부도 하고 교수님께서 주신 작은 프로젝트도 하는 중입니다. 확실히 공부는 잘 됩니다. 이제는 머신 러닝 코드 짠 것이 조금은 오래 기다려야 해서 그동안 이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다른 배경 지식을 공부해야 하기도 하지만 잠깐 쉬어가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대학원에 오니까 쉬는 시간이 굉장히 중요하고 그동안 무엇을 하며 쉴지 찾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게다가 블로그 글도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안 쓴 지 정말 오래되었기도 합니다.

대충 목차를 적어보았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1. 대전이라는 지역, 특히 카이스트라는 곳
  2. 무슨 연구, 무슨 공부하는지
  3. 심리적인 상태, 마음가짐, 취미

1. 대전이라는 지역, 특히 카이스트라는 곳

TMI이긴 한데, 저는 과학고를 졸업해 연세대 공대 학부에 진학했다가 대학원을 카이스트로 진학했습니다. 카이스트 학부도 붙긴 했었는데 안 갔었고 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카이스트에 많이 갔죠. 학부를 카이스트 대신 연세대를 진학한 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얘기해보도록 하고 제가 인천 송도, 서울 신촌에서 연세대를 다녔고, 카이스트에 진학한 친구들을 보러 카이스트에 놀러 간 적도 가끔 있었습니다. 사실 학부 1학년 때만 카이스트를 놀러 가고 그 이후로는 바쁘기도 했고 대전까지 가기 귀찮아 안 가긴 했습니다. 1학년 때 송도에서 대전을 놀러 갔다가 너무 멀기도 하고 은근히 교통비도 많이 나오더라고요. 

다행히도 부모님께 돈을 벌리지 않고 장학금만으로 해결했는데 부족함 없이 지내면서 굉장히 만족스러운 학부 생활을 보냈습니다. 계산해보니 학부 동안 벌고 사용한 순 금액이 -150만 원이니 나쁘지 않은 액수인 것 같습니다. 송도와 신촌에서 이렇게 살다가 대전에 와보니 정말 살 것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놀 것도 없다고 생각되기는 했습니다. 정정하자면 대전이 아니라 카이스트 내에 와보니 그렇게 생각되었습니다. 

대전에 내려가기 전 서울에서 술자리를 가질 때 저의 대전 생활에 관한 얘기가 나와도 저는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저는 처음에는 서울대나 연세대에 진학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은데 막상 카이스트에 진학하는 시기가 다가오자 약간 겁났던 것 같습니다. 그 얘기가 오고 가는 술자리에 다음 달이면 제가 못 갈 것 같다는 것이죠. 술자리라 말했지만 술자리뿐 아니라 대학에서 사귄 친구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서울에서 생활하고 대학을 다니기 때문에 그 친구들을 만나려면 정말 노력해야 합니다. 카이스트에 1년 먼저 진학한 제 학부 선배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카이스트에 진학하는 건 유학하는 것에 맛보기 버전이야. 난 처음에 와서 적응하는데 좀 고생했어.

그 때는 저 말이 어떤 의미인 줄 몰랐습니다. 물론 저는 적응을 잘하는 편인지 고생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유학의 맛보기 버전은 동의합니다. 물론 유학이 정말 어렵고 마음고생이 심하겠지만 유학의 정말 맛보기는 되는 것 같습니다. 학부 동안 사귄 친구를 만나려면 교통비, 시간 등 만나려면 정말 일정 잡고 만나야 하고 정말 쉽게 놀고 싶다고 못 놀고 가고 싶다고 어디 못 가는 상황인 거죠. 신촌이나 강남, 송도 등이 정말 그립긴 합니다. 게다가 신촌의 미분당은 대학 다니면서 거의 매주 한 번씩은 먹었는데 대전은커녕 수도권 제외하면 없어서 정말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뭐 그렇다고 어찌 할 방법도 없고 이제 그냥 그런 생각 안 하기로 하고 있습니다. 약간 무뎌진 것 같습니다. 오히려 공부를 하면서 잊고 있습니다. 제 카이스트 친구와도 얘기하면서 느낀 것인데, 카이스트가 우리나라 최고의 연구 중심 대학인 것이 당연한 게 와보니 연구 말고 할 게 없습니다. 게다가 주변에도 연구만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나도 당연히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카이스트 실적이 잘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와보면 느끼실 수 있습니다.

학부 얘기를 쓰니까 자꾸 그리워져서 결론내리자면 현재는 공부, 연구만 하고 있고 연구에 대한 흥미나 열정도 높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에 대한 열정이 높은 것은 카이스트 환경으로 만들어진 것 같기도 합니다. 주는 아니지만 한 가지 요인으로는 오피스텔에 살다가 카이스트 기숙사에 살려고 보니 정말 별로여서 깨끗한 랩실에서 오래 앉아있는 게 더 편합니다. 석사로 진학했는데 2년내로 정말 열심히 해서 성과 많이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2. 무슨 연구, 무슨 공부하는지

너무 자세히 말하면 제가 누군지 알 수 있어 크게 말하자면 광학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학부동안 배운 방향과는 다르지만 석사 연구 주제를 학부 때 배운 것만으로 어떻게 정합니까. 오랫동안 많이 생각하여 진학하였고 무엇보다도 재미있어 보인다는 점이 있었습니다. 어차피 저는 다양한 분야를 좋아하기도 했고 다 어느정도 나름 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제 석사 연구 분야에 지식이 없지만 공부하면 잘 할 것 같아서 저를 포함해 주변도 예상하지 못한 분야로 석사를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이 분야는 제가 과학고 다닐 때는 절대로 안하겠다고 한 분야인데 참 사람 인생은 어떻게 될지 모르나 봅니다.

그래서 현재는 광학도 공부하고 모든 공대 랩실의 트렌드인 머신 러닝도 공부하고 있습니다. 머신 러닝은 학부 다니면서도 배웠고 몇 번 짜본 적도 있어서 그나마 괜찮은 것 같습니다. 현재 실전으로 배우는 중입니다. 물론 이론을 공부하는 것도 중요해 이제 스탠포드의 cs231 강의를 마치긴 했는데 저는 확실히 실전으로 배우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3. 심리적인 상태, 마음가짐, 취미

대전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사실 우울했습니다. 외롭기도 하고 2년 동안 친구 보기도 힘들 것 같고 할 것도 없고그랬습니다. 물론 근데 랩 생활하다보니 너무 피곤해서 잠을 설치거나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는 모르겠네요. 지금은 아까도 말했다시피 공부나 연구를 정말 열심히 하자입니다. 물론 랩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서로 아이디어 공유도 하고 있습니다. 교수님이나 랩 사람들이 다 착해서 좋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말 텐투텐도 많이 하고 주말에도 나오고 그러고 있습니다. 연구실은 자율출퇴근이고 사실 안 나와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만 여기 있으니 그냥 자발적으로 열심히 하게 됩니다. 

지금은 열정이 넘쳐 이렇게 살고 있는데 체력 관리도 중요하고 나중에 지칠 것 같아 매우 걱정됩니다. 특히 대학원생에게 번아웃이라는 게 있다는데 열심히 하면서도 탈진이 안 되는 게 좋은 것 같아 요새 취미나 여가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학원생이 무슨 취미냐고 하는데, 필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시간이 정말 많지는 않은데 그럼에도 최대한 스트레스도 풀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운동하는 것도 좋은데 코로나 때문에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있고 한 달 정도동안 고민했는데 특별한 취미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랩사람들이랑 수다 떨거나 가끔 카이 진학한 친구들이랑 저녁 먹거나 술 마시면 정말 좋긴 합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이렇게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랩실에 커피 머신이 두 대가 있는데 네스프레소 버츄오가 있어서 점심 먹고 커피 마시는 낙에 살고 있습니다. 

 

마무리가 급한 느낌이 있는데 글을 오래 쓰는 것이 힘드네요. 한 시간은 썼습니다. 가끔 정말 힘들고 머신 러닝 모델 학습 돌고 있으면 블로그에 글 쓰러 오겠습니다.